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녹사평역 분향소 이전 통합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형욱 기자서울시의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은 녹사평역 분향소를 떠나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애도와 추모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로 이전해 합동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25여명의 유가족들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녹사평역 분향소로 모였다. 유가족들은 영정을 쓰다듬거나 끌어안고서 눈물을 흘렸다. "한편으로는 녹사평역을 떠나 아쉽다"는 유족들의 목소리와 함께 흐느끼는 소리들도 들렸다.
유가족들은 시민들에게 서울광장 분향소를 함께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오는 15일 오후 1시 이후 시청 앞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을 예고한 바 있다.
시민대책회의 서채완 공동상황실장은 "서울시는 내일 기억과 추모를 위해 설치한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존엄성을 해치는 조치로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주변에 현수막들이 설치된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단체는 유가족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고 주장하는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하며, 추모공간에 대한 서울시의 제안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민간 건물은 (애도공간을 마련해도)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며 '관급 건물'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먼저 녹사평역 지하4층을 제안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하하며 "서울시가 관급 건물이 없다고 얘기해서 이태원역도 있고, 녹사평역도 있고, 용산구청도 있고, 시청로비도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상인 통합대책위원회 장하림 위원장은 "이태원 상권 침체는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데, 유가족이 상생의 마음으로 (상인들의) 호소를 적극 받아들여 시청 분향소로 이전, 통합을 결정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분향소 주변에 유족, 희생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많은데, 이런 혐오가 반복되지 않으면 좋겠다"며 "유가족의 마음을 받아 이후에도 이태원역 1번 출구의 '안전과 기억의 거리' 조성을 위한 협약 이행에 계속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양형욱 기자유가족들은 서울시의 강제철거 예고일을 눈앞에 둔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이태원 유가족은 "세월호처럼 (강제철거)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더라"며 "그분들(세월호 유가족)도 새벽 다섯 시쯤에 철거하는 사람들이 왔다더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사람들이 있고 언론이 있을 때는 와서 (철거하지) 않을 거고, 밤 늦게나 새벽에 아마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며 "내일 모레 분향소에 상주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챙겨 서울광장 분향소로 떠났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유가족들에게도 추후 영정이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