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기도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과잉 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檢 경기도 과잉수사 논란…도 "PC 한 대 하드 복사만 반나절…"
2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는 지난 22일부터 사흘동안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다만 압수수색 영장의 유효기간은 다음달 15일까지로, 한 달 가까이 압수수색이 계속될 수도 있는 상황. 대상도 광범위하다. 경기도청 비서실을 비롯해 기획조정실, 경제부지사실(전 평화부지사실) 등 22 개 부서에 달한다.
검찰은 아예 경기도청 안에 사무 공간을 빌려 수사관들을 상주시킨 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수사관이 압수수색 대상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복사한 뒤 '대북 사업' 등 사건 관련 검색어를 입력해 자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경기도측은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도정 차질과 도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 "자료가 방대한 부서 같은 경우는 직원 한 명의 PC 하드를 복사하는 데만 6시간 가까이 걸려 반나절은 자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또 아무 관련 없는 업무를 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검찰이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도청) 직원들로서는 부담되고 업무 수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검찰의 무차별적인 강제수사에 경기도청 노조들도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24일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 등은 성명을 통해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기도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해야 하고 책임이 막중하다"며 "검찰의 압수수색은 경기도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도정을 마비시킬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 "檢 아무것도 없는 거 알고도 압수수색"
연합뉴스 특히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업무용 컴퓨터까지 포함되면서 적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경기도측이 검찰에 김 지사의 컴퓨터는 지난해 취임이후 새로 교체해 사건과 관련 없다고 설명했지만, 검찰측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이와 관련 자신의 SNS에 "아무것도 없을 것을 알면서 압수수색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또 실제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검찰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열세 차례 이상 진행된 압수수색에 검찰권 오‧남용으로 도 행정 마비가 빈번했다"며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을 나올 때까지 터는 '먼지털이식'의 불필요한 과잉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형사소송법에 압수수색 영장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신청‧청구‧발부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런데 검찰은 '불필요하게 최대한의 범위'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수수색 남발을 압수수색 영장심사 제도 도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과거부터 과도한 압수수색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대법원이 최근 압수수색 영장심사 심문절차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檢 무분별한 압색 제동 걸릴까…法 '영장 발부 전 심문' 추진
연합뉴스법조계에선 영장을 청구하는 검찰과 발부해주는 법원 모두 강제 수사에 있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 압수수색 영장은 신청하면 99% 발부돼 '재판 없는 처벌'로도 불린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는 2002년 3만5320건(발부율 97.5%)에서 2022년 35만5811건(발부율 99%)으로, 20년만에 10배 늘었다.
법원도 이같은 무분별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 최근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3일 피의자의 압수수색 참여권 강화를 중심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규칙(대법원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6월1일부터 달라진 규칙이 시행되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때 집행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민변 출신 한 변호사는 "경기도같이 공공기관은 증거조작이나 은닉이 어려운 조직인데, 법원이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을 좀 더 엄격하게 요구했어야 한다"며 "행정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새로 취임한 지사의 컴퓨터를 왜 압수하나. (압수수색 영장에) '비서실에 있는 컴퓨터 일체' 이런 식으로 했을 텐데, 과도하다는 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수사 기밀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번 경기도청에 대한 과잉 압수수색 논란에 대해서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 범위에서 적법절차를 따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김 지사 PC를 대상에 포함한 건 경기도가 이전에 사용하던 PC를 제공하거나 소재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경기도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