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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화여대 교수된 이지선 "인생은 동굴 아닌 터널"

사회 일반

    [인터뷰] 이화여대 교수된 이지선 "인생은 동굴 아닌 터널"

    모교 교수 임용, 감사와 함께 눈물도
    사는 건 좋은 것…."난 사고와 잘 헤어졌다"
    인생은 동굴 아닌 터널, 그 끝은 해피엔딩
    '기적처럼 찾아온 오늘을 살자'가 목표
    끝없이 이어진 주변의 도움으로 버텨
    앞으로 꿈? 이웃 돕는 삶 사는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
     
     
    책 지선아 사랑해, 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 책들의 저자로도 유명하죠. 대학교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었습니다. 온몸에 55% 화상을 입었는데 특히 얼굴을 심하게 다쳤어요. 피부 이식 수술만 수십 번. 나중에는 몇 번째 수술인지 세는 걸 포기했다. 이렇게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유학길에 올랐고요. 12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교단에 섰죠. 그게 6년 전입니다. 그 6년 전에 뉴스쇼에서 전화 인터뷰를 했었는데 6년 만에 다른 뉴스로 이분이 돌아왔습니다. 모교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을 하셨어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번에는 스튜디오에 직접 나오셨네요.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이지선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지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이지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니, 교수님들 얘기 들어보면 자신이 배운 모교 교수가 되는 건 상당히 또 느낌이 다르다.
     
    ◆ 이지선> 그러네요, 보니까. (웃음)
     
    ◇ 김현정> 합격 소식, 최종 합격 소식 듣고는 좀 울컥하셨어요?
     
    ◆ 이지선> 실제 울었고요.
     
    ◇ 김현정> 우셨어요?
     
    ◆ 이지선> 그냥 눈물이 절로 나왔고요. 너무 감사했고 그래서 너무 기다렸고 면접 과정도 굉장히 길었었거든요. 그리고 너무, 너무 바라던 일은 사실은 입 밖으로도 잘 내지 못하는 소원인 게 있잖아요. 이 일이 그랬었는데 그게 이루어져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 김현정> 이화여대 97학번.
     
    ◆ 이지선> 네, 97학번입니다.
     
    ◇ 김현정> 저 95학번이니까 학교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겠는데요.
     
    ◆ 이지선> 그러네요.
     
    ◇ 김현정> 20년 만에 다시 모교로 돌아가서 강의실을 서셨는데 첫 수업부터 인기가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 이지선>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도 학교에서 이렇게, 저렇게 소식 들은 후배이자 곧 제자가 되는 학생들이 인사 건네주고 막 옆에서 파이팅, 이 소리도 해주고 너무 감사했어요.
     
    ◇ 김현정> 셀카 찍자고 하고.
     
    ◆ 이지선> 그렇습니다. (웃음)
     사진=이지선 교수 페이스북사진=이지선 교수 페이스북
    ◇ 김현정> 이지선 교수의 삶을 이야기할 때 한 23년 전 교통사고를 빼고 이야기하긴 좀 어렵습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제1의 인생, 제2의 인생, 이렇게 좀 인생이 나눌 텐데 지금을 제2의 인생이라고 하면 제2의 인생은 어떻게 해피엔딩을 향해서, 제가 이 얘기를 하는 거는 책 제목이 꽤 괜찮은 해피엔딩. 꽤 괜찮게 가고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 이지선> 그렇습니다. 그냥 제가 사실은 23년 전에 23살에 사고를 만났을 때 제 상황은 너무나 정말 비극적인 새드엔딩일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는데 그 하루하루들을 견디고 살아가다 보니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사실은 매일 맞이하게 되었고 매일 그렇게 오늘도 꽤 괜찮은 해피엔딩 그렇게 가고 있다 믿으며 또 그것을 매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보면 이지선 교수님은 굉장히 힘들었던 그 시절은 보통은 떠올리기 싫을 것 같은데도 그 시절 그 고통의 순간들을 방송이며 강연이며 책이며 그냥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왜 그러실까 생각해 보니까 지금도 새드 무비를 찍고 있을 고통 속에 많은 사람들 생각하면서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게 아닐까 그런 느낌이.
     
    ◆ 이지선> 그런데 저도 많이 힘들었던 시기에 누군가가 힘을 내서 오늘을 잘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접하면서 저도 굉장히 힘을 많이 얻었었기 때문에 저도 누군가에게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오늘을 견딜 힘이 된다면, 저는 또 예전에 이야기를 하는 게 저는 글쓰기를 통해서 또 말하기를 통해서 많이 치유가 되고 다 소화가 됐다고 저는 표현하는데 그래서 말하는 게 어렵지 않아서 말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6년 전에 이 질문 드렸어요. 피부 이식 수술을 그럼 몇 번이나 받으셨나요. 조심스럽게 여쭙더니 그때 한 서른 몇 번인가 싶은데 더 이상은 세지를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럼 계속.
     
    ◆ 이지선> 사실은 수술 받고 있고요. 그냥 제가 피부 이식 수술을 면적이 좀 모자라서 아무래도 관절 부위나 특히 목이나 이렇게 좀 관절이 많이 움직여야 되는 부분에 피부가 모자라면 아무래도 각도가 잘 나오지 않고 불편해서 이식 수술을 하게 되는데 이식한 피부들이 약간씩 수축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또 한 번씩 더 해줘야 되는 상황들이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러면서 하는데 그게 한 10년이 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또 오고 또 오고. 다른 곳의 피부를 떼어 내서 화상 당한 곳에 이식을 하는 거잖아요. 말하자면 붙이는 거잖아요. 그 고통이라는 게 어느 정도였을지 저는 사실 가늠이 안 되는데, 처음 그 생각도 못한 엉뚱한 사고를 당한 다음에 처음 수술대에 올랐을 때 그 고통은…
     
    ◆ 이지선> 그냥 또 이 피부가 다른 피부를 떼어서 하다 보니까 왜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이고 온 것 같은 또 다른 곳에 또 화상을 입지 않은 곳에 통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황당한. 그래서 수술을 하면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구나, 그런데 그 시기를 아주 초반에는 사실 1년간은 수술 받는 게 많이 고통스러웠었는데요. 지금은 그렇지는 않고요. 아마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웠으면 사실 지금의 횟수까지 수술 저도 못 해요. 그런데 지금은 좀 편안하게 치과 가듯이 갑니다.
     
    ◇ 김현정> 그런데 수술로 인한 고통뿐이 아니잖아요. 팔 부러진 거면, 다리 부러진 거면 몇 개월 내가 고생하면 이게 회복이 되지, 전으로 돌아가지 이런 희망이 있는데 이건 3도 화상이었고 끝끝내 흉터를 남기고 마는 화상. 그것도 얼굴 전체에 화상을 당하셨고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내 잘못이 전혀 없어요.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힌, 이거를 그 당시에 대학생이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 이지선> 여러 시기마다 어려운 생각들도 많이 하고 해봤는데 제가 이게 왜 나에게 이렇게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막 되짚어보면 우리가 많은 생각들을 하잖아요.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런데 그냥 아주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이더라고요. 그냥 음주운전 하신 분이 잘못을 하신 거예요.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냥 그 자리에 있던 제가 그 영향을, 나쁜 영향을 받고 저에게 비극이 일어난 아주 그냥 명백한, 그냥 단순한 사실은 그런 일이었고 그걸 막 곱씹어서 다른 이유를 찾는 게 사실은 저를 더 괴롭히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사실은 그날 밤 저에게 일어났고 나는 그 일을 겪었지만 다시 살아갈 것이다. 저의 인생의 초점은 그거였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왜 이런 일이… 내가 잘못했다고, 억울해, 이렇게 하면 한도 끝도 없는.
     
    ◆ 이지선> 한도 끝도 없더라고요. 그냥 저는 살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살아가기로 했고 또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니까 살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나는 사고와 잘 헤어진 사람이다. 이런 말씀을 자주 하세요. 잘 헤어졌다. 이게 어떤 의미인 거죠?
     
    ◆ 이지선> 제가 아주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우리가 사고를 당했다라고 하잖아요. 제가 당한 게 맞죠. 그런데 어느 순간 당했다는 표현이 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피해자라고 저를 스스로 정의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도 만난 일이다. 그래서 제가 사고를 만났다 하고 혼자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부터 사실은 제가 사고와 헤어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당했다고 하면 계속 당한 상태인데 만난 거면 헤어질 수 있으니까. 만났고 헤어졌다. 사실 인생이 가도 가도 깜깜한 동굴 같다는 분들이 많아요. 동굴은 끝이 없어요. 동굴은 계속 동굴이에요. 도무지 이 고통이 끝날 것 같지도 않고 방법도 없어 보이고 이런 분들에게 항상 해주는 말씀이 있으시잖아요?
     
    ◆ 이지선> 제가 저도 인생이 너무나 동굴 같고 더 살아가는 것이 더 인생이 깜깜해지기만 하는 것 같은 그런 아주 절망적인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순간에 제 손을 잡아서 다시 일으켜준 사람들 덕분에 매일 오늘을 그렇게 살아남았고 그러다 보니 인생이 동굴이 아니다, 터널이었구나. 저 끝에 분명히 끝이 있고 그 끝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일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 김현정> 멋있습니다. 터널은 반드시 뚫려 있죠. 저쪽에서는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고 그 길을 향해서 가면 된다. 긴 터널도 있고 짧은 터널도 있지만 어쨌든 끝은 있다. 좋은 말씀이세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사실은 정말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이 밝은 에너지, 이지선 교수님 만나 뵐 때마다 늘 밝고 차분하고 이 긍정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 이지선> 그냥 저는 솔직히 제 주변에서 저를 늘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기억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절망의 소리들, 암담한 것이 저의 주변을 둘러싼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 그것 때문에 다시 힘을 내서 그렇게 밝은 면을 보자, 제 인생의 초점을 회복과 성장에 두면서 그 힘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회복과 성장에 내 인생에 초점을 두자. 그래서 선택한 학문이 사회복지학.
     
    ◆ 이지선> 네, 맞습니다.
     대학시절 캐나다 배낭여행중.대학시절 캐나다 배낭여행중.
    ◇ 김현정> 대학교 때는 원래 유아교육 하셨죠? 제가 대학교 때 사진도 준비했는데 사진 보니까.
     
    ◆ 이지선> 잘 나온 사진 딱 하나.
     
    ◇ 김현정> 여긴 어디예요?
     
    ◆ 이지선> 저거는 딱 한 번 제가 해외여행 갔었을 때.
     
    ◇ 김현정> 배낭여행 가셨구나. 대학교.
     
    ◆ 이지선> 갔었을 때.
     
    ◇ 김현정> 스위스인가 봐요?
     
    ◆ 이지선> 캐나다였습니다.
     
    ◇ 김현정> 캐나다. 그리고 캠퍼스에서 찍은 사진. 저때는 유아 교육을 전공하셨던 건데 유학길에 오르면서 사회복지학으로.
     
    ◆ 이지선> 네, 그랬습니다. 제가 사고 만난 이후에 너무 많은 도움들로 제가 생존하고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그 시기에 받는 도움들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경험하게 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일들을. 우리가 가족은 아니지만 친구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일으키는 일 나도 좀 하고 싶다. 그런 생각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무려 12년을 공부하셨어요. 오래 하셨는데, 대단하십니다. 지금은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외부 활동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어떤 것들.
     
    ◆ 이지선> 이거는 제가 공부하면서부터 하기 시작한 일인데요. 푸르메 재단과 함께 제가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병원 건립하는 일에 조금 힘을 보태왔고 지금은 푸르메 재단이 또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스마트 팜을 건립해서 일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어떤 직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것과 함께 지금은 함께 연구하고 있고요. 얼마나 우리 일자리가 없는, 취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에게 일다운 일, 정말 보람을 느끼면서 내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고 소득도 올릴 수 있는 그런 일자리들 지속 가능하게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같이 연구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꽤 괜찮은 해피엔딩. 아까 전화위복이란 말이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어떻게 보면 상투적인 말인데 전화위복이라고도 혹시 생각하세요?
     
    ◆ 이지선> 그럴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또 조금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어떤 분들은 고난이 축복이 된다. 이런 얘기도 하시고 하는데 저는 불행한 일이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꿈에서조차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사실은 우리 일상 가운데 일어나는데 그 불행한 일이 결코 좋은 일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 이지선> 그런데 그냥 그 불행한 일 중에서 좋은 일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 좋은 것을 좋은 의미들을 뽑아내고자 하는 마음의 태도 저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이지선 교수님 뒤에 시간이 있으시다고 해서 제가 유튜브로 좀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듣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오늘 본방 여기서 인사드리죠. 이화여대 이지선 교수 고맙습니다.
     
    ◆ 이지선> 감사합니다.
     
    (이어서) 
     
    ◇ 김현정> 라디오 청취자들하고는 여기서 인사 나누고요. 유튜브로 이지선 교수와의 만남을 조금만 더 바쁘신 분이에요. 5분만 더 제가 붙잡았는데 붙잡혀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교수님.
     
    ◆ 이지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어쩌면 목소리가 예쁘세요?
     
    ◆ 이지선> 감사합니다. 몰랐었는데요. 다치고 나서 사람들이 그렇게 말씀을, 얼굴과 대비돼서 그런가. 재발견입니다. (웃음)
     
    ◇ 김현정> 사람이 아우라라는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예쁘고 못생기다는 세상의 그런 기준을 떠나서 어떤 빛이 나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렇게 딱 문에서 들어오는 데부터 아우라가 막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지선 교수님이 약간 그러시네요.
     
    ◆ 이지선>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본방송에서는 못 했던 궁금한 진짜 아무 질문이나 좀 드리고 싶어서. 그러면 교수님은 취미 생활은 뭐하세요?
     
    ◆ 이지선> 제가 이번 책에서도 썼는데 제가 취미 유목민입니다.
     
    ◇ 김현정> 방랑자이십니까?
     
    ◆ 이지선> 이것저것 이거 재미있을까,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 인생의 재미, 잔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어서 오만 것, 도자기도 배우러 갔다가 가죽 공방도 다녀봤다가 채소도 키워봤다가.
     
    ◇ 김현정> 채소도 키우세요?
     
    ◆ 이지선> 네.
     
    ◇ 김현정> 취미는 그런 거 하시는구나. 그러면 가르치는 일은 업이니까 그거 외에 다른 특기, 특기는 뭐예요?
     
    ◆ 이지선> 특기는 저는 글쓰기와 말하기라고 말하고 싶네요. (웃음)
     
    ◇ 김현정> 수줍어하시는데. 아닌 게 아니라 원래 대학 때 전공은 유아교육이셨던 걸 생각해 보면 어린이들을 좋아하시는 거고 여러분, 이렇게 잘하셨을 것 같아요.
     
    ◆ 이지선> 그런데 그냥 아이들 좋아하고요. 노는 거 좋아하는데 모르겠어요. 또 정작 잘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사람이 진짜 어떤 일을, 그러니까 누구나 평탄하게만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어떤 일을 당했을 때 당했다는 말 쓰지 말라고. 만났을 때. 이것과 얼마나 슬기롭게 헤어지느냐, 아니면 거기에 그냥 매몰돼서 한도 끝도 없이 늪에 빠지느냐, 이것에 따라서 두 번째 인생은 정말 달라지는 거 같아요. 그 크기의 경중은 있지만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그 고통의 순간, 힘든 순간, 장애의 순간들은 오거든요. 그런데 진짜 이지선 교수께서는 엄청난 크기의 돌덩이를 만났는데 저희가 보기에는 돌덩이 크기에 비해서는 참 스무스하게 잘 넘어가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이런 얘기 들으면 그렇진 않습니다.
     
    ◆ 이지선> 아니요. 아니에요. 저는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싶고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런데 물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이야기들을 짧게 이야기하다 보면 어떤 분들은 지금 어려움 속에 계신 분들이 또 한편 나는 왜 이렇게 계속 힘들지?
     
    ◇ 김현정> 이지선 교수는 저렇게 잘 나왔는데 나는 왜 못 하지.
     
    ◆ 이지선> 나는 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지 이렇게 또 자책하실까 봐 그게 좀 염려가 돼요. 그런데 저도 오르락내리락을 하면서 왔었고 그런데 제가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이렇게 조금 더 평안한 길을 가게 된 거는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기억했고 그리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자, 그냥 너무 멀리 보면 사실은 너무 힘들어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막 10년 후, 5년 후. 정작 내가 내일도 알지 못하는 우리의 삶이 너무 멀리 바라보면 특히나 어려울 때 너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그때부터 제가 그냥 오늘을 살자, 이렇게 기적처럼 찾아온 오늘을 살아내자, 그게 지금도 제 인생의 목표고.
     
    ◇ 김현정> 아니,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교수님은 먼 훗날 내가 이런 모습이 되는 걸 상상하면서 지금을 참자 이러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오늘을 살아내자, 오늘을 열심히 살자, 오늘 행복하자.
     
    ◆ 이지선> 그래서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아주 원래 하시던 루틴들을 쭉 하시면서 그렇게 살아내시다 보면 또 조금씩,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것들을 발견하고 그런 자신을 격려하고 그렇게 가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오늘을 살자는 말이 되게 짧은 다섯 음절짜리 말인데 왜 눈물이 나려고 그러죠. 오늘을 살자. 그런데 오늘 오늘만 행복하게 살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힘든 순간들이 교수님한테는 너무 많았잖아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화상당한 분하고 한번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피부 이식 수술이라는 게 이게 엄청난 일이라고 들었어요. 진짜 그 고통이라는 게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 고통이다.
     
    ◆ 이지선> 그렇죠.
     
    ◇ 김현정> 멀쩡한 곳에 있는 피부를 떼다가 여기 타버린, 내 피부가 없는 곳에 입히는.
     
    ◆ 이지선> 피부가 없어졌다는 게 모든 통증이 그 부위에 사실 우리가 뭔가 아픔을 강하게 느꼈을 때 피부로 느꼈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것처럼 모든 감각이 집중된 곳이 피부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피부가 이렇게 상한 상태가 되면 고통이 많죠. 그래서 실제로 너무너무 강한 진통제가 필요하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통스럽지만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수술을 통해서 우리가 회복될 수 있고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도 초반에는 수술하면 예전의 모습 돌아가는 줄 알고 있었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조금 나아질 수 있다. 이것만 참으면 또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다. 전 그게 희망이고 우리에게 어떤, 또 힘을 주는 어떤 아주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 김현정> 내가 그날의 교통사고에서 죽을 수도 있었는데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고 행복이고 그렇게 위로를 받으셨다고.
     
    ◆ 이지선> 네, 우리가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고 사고가 있을 때 내가 어느 만큼 다칠지 선택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남아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냥 어느 것도 당연하지 않은 거예요. 인생에 어느 것도. 엄마가 아침에 아침밥을 차려주시고 모든 식구가 저녁에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는 일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다.
     
    ◇ 김현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알게 되죠.
     대학시절 이지선 교수.대학시절 이지선 교수.
    ◆ 이지선> 네, 그래서 인생이 물론 고통이 같이 가고 있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새롭게 감사가 되면서 제 삶에 더 많은 기쁨들이 생기는 거야. 같은 일이지만 훨씬 더 행복하게 느끼고 그러면서 이렇게 살아졌어요. (웃음)
     
    ◇ 김현정> 교통사고 당하시던 그날의 일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음주 사고였다는.
     
    ◆ 이지선> 음주운전자가.
     
    ◇ 김현정> 어디 가고 계셨던, 대학교 4학년?
     
    ◆ 이지선> 저희가 그때 학교에서 저희 오빠가 옆 학교를 다니고.
     
    ◇ 김현정> 연대 다녔어요, 오빠가?
     
    ◆ 이지선> 그래서 이대 후문에서 만나서 늘 제가 저녁까지 이렇게 같이 돌아왔었어요. 그래서 늘 오던 길이었고 늘 그 시간에 다녔었는데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죠. 빨간불 동안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저희가 신호대기선 제일 뒤에 서 있었고 음주운전 차량이 이제 이미 작은 사고를 내고 굉장히 빠른 속력으로 달리시다가 신호 대기선 뒤에 있던 저희를 아주 세게 들이받게 됐고 그래서 여기저기 저희 차가 튕겨졌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중앙선도 넘어갔다가 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불이 났고.
     
    ◇ 김현정> 불이 났고.
     
    ◆ 이지선> 그래서 그 불이 오른쪽부터 오면서 저에게 먼저 붙었고 오빠가 저를 꺼내면서 오빠 팔에도 화상을 입게 되고 저희 오빠가 이제 티셔츠 벗어서 불 꺼주고. 들어보면 아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일어났죠.
     
    ◇ 김현정> 55% 화상. 몸에 절반이 넘게 그럼 굉장히 심각한 화상이죠.
     
    ◆ 이지선> 그렇죠. 이게 화상의 정도를 따질 때 깊이와 넓이를 그 계산, 그 계산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이랑 계산해서 생존 확률 이렇게 하는데 생존확률이 제로에 가까웠던 상황이었죠. 제가.
     
    ◇ 김현정> 이런 이야기를 다시 질문 드리면 되게 막 사실은 좀 질문 드리는 저도 죄송하고 그런데 이지선 교수님은 항상 방송에서 질문 받아도 웃으면서 얘기를 하셔서 질문하는 사람이 당황할 정도로 이제는 정말로 사고와 헤어진 불행과 헤어진 상태다.
     
    ◆ 이지선> 과거의 그 일이 오늘의 저를 괴롭히지 않기 때문에.
     
    ◇ 김현정> 그게 자꾸 괴롭히면 나만 괴로운 거잖아요, 사실은.
     
    ◆ 이지선> 그래서 그냥 괜찮습니다.
     
    ◇ 김현정>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지금 너무 많은 분들이 문자를 주시는데 카렌시아 님은 저에게도 정말 용기를 주신 분입니다. 다시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인터뷰 6년 전 인터뷰 말씀이신가 봐요. HJ님은 생각과 행동, 의지가 인생을 바꾸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멋지시다 하셨고요. 교수님 앞으로도 더 대성하실 거예요. 인간 승리의 표본, 파이팅, HN 님, 더 대성하시려면 뭐가 되셔야 되나요.
     
    ◆ 이지선> 저는 이 책에도 썼는데 저는 작은 일을 하면서 살 거고요. (웃음)
     
    ◇ 김현정> 얼마나 더 달리라고 자꾸 이러세요. 대성하시라고. 이영미 님 사고를 만났다는 말, 그래서 헤어질 수 있다는 말. 인생은 꽉 막힌 동굴이 아니라 밝은 터널이라는 말 정말 희망을 주는 명언이다 하셨어요. 이미령 님 그 사고가 벌써 23년이군요. 세월이 훌쩍 지났네요. 그때 힘들어하시던 어머니, 오빠 함께 잘 계시느냐고 안부 물으셨네요.
     
    ◆ 이지선> 너무너무 잘 계시고요. 지금도 이렇게 오늘 아침에도 오빠랑 잘 가고 있냐, 막 이러면서 체크하더라고요. 저한테. (웃음)
     
    ◇ 김현정> 오빠 오셨어요? 데려다 주셨어요?
     
    ◆ 이지선> 아니, 아니요. 늦지 않게 잘 가고 있냐 이러면서 오빠도 출근길을 저한테 확인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랬구나. 이수경 님, 지선 교수님의 긍정적이고 밝은 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 아까 제가 질문 드렸을 때는 주변분들 얘기하셨는데 물론 주변에서 이렇게 파이팅 해 주시는 분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것도 좀 밝은.
     
    ◆ 이지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좀 타고나기도 밝게 좀 성향이 그렇기도 한데 마냥 그런 건 아니었고요. 그런데 이게 사고 이후에 조금 더 제가 노력한 것은 분명히 있어요. 그냥 생각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우리가 왜 공항 같은 데 가면 무빙워크 같은 거 있잖아요. 가만히 한쪽 방향으로 흘러갈,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해서 반대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가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무빙워크를 거꾸로 가려면 진짜 힘든데 무빙워크를.
     
    ◆ 이지선>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 김현정> 무빙워크의 방향을 아예 돌려버리셨다. 그리고 신앙인이시잖아요?
     
    ◆ 이지선> 맞습니다.
     
    ◇ 김현정> 신앙의 힘도 컸을 것 같아요. 어려울 때.
     
    ◆ 이지선> 실은 그게 첫 번째고요. 그게 제 인생의 어떤 의미, 이 생명의 의미 또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제가 그것을 깨닫고 나서 또 결코 하나님께서 제 인생이 이 비극으로 끝나게 하시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 성경의 많은 것들이 약속되어 있는 그 말씀을 믿고 그렇게 생을 잡았습니다.
     
    ◇ 김현정> 좋습니다. 스텔라김 님도 교수 임용되신 거 너무 축하드린다고 크리스탈 님, 부모님의 사랑과 격려가 이지선 교수님을 만든 것 같다고 또 응원 주셨고요. 아미쉬 님은 사는 게 좋은 거니까 나는 살겠다라는 말씀 어디서 하셨어요.
     
    ◆ 이지선> 아까 좀 전에 제가 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 들으신 거구나. 눈물 찡합니다. 교수님의 앞날을 응원할게요. 그리고 일상이 힘들다 느껴질 때 가끔 이분은 지루하다 느껴지실 때도 있나 봐요. 그때 교수님 생각하며 힘낼게요. 지루한 것도 축복이다. 아무 일 없이 지루한 것도 얼마나 축복인가. 아로하 님은 김현정 앵커가 교수님 바라보는 눈길에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잘 보셨다. 저는 이런 좋은 분 만나면 막 사랑이 뚝뚝, 고맙습니다. 이지선 교수님 아까 대성하시라는 문자도 왔지만 대성까지는 제가 요구하지 않겠고 꿈이 있으실 것 같아요.
     
    ◆ 이지선> 꿈이요? 그냥 진짜 저는 지금 제게 맡겨진 것들 또 만나게 된 이웃들, 지금은 저에게는 발달장애인들이기도 하고 또 한편 제가 최근에 수감이 된 부모를 둔 청소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세움이라는 단체와 함께 하고 있는데 아주 어마어마한 도움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부모의 죄를 같이 뒤집어쓰고 사는 아이들이 참 많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이 중요한 시기를 잘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일들, 그냥 그렇게 소소하게 조용히 하면서.
     
    ◇ 김현정> 그 단체 이름이 뭐라고요?
     
    ◆ 이지선>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 김현정> 세움.
     
    ◆ 이지선> 아이를 세우다 할 때 세움입니다.
     
    ◇ 김현정> 부모가 감옥에 간 거예요. 아이들만 남겨진 그 아이들을 돕고 계시는, 좋은 일이네요. 이 질문 하나만 더 드릴게요. 피니치 님, 이지선 교수님 MBTI가 궁금하다고.
     
    ◆ 이지선> 제가 어떨 때 보면 INFP 혹은 ENFP 이렇게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 김현정> I하고 E를 왔다 갔다 하세요?
     
    ◆ 이지선> 그래서 약간 이렇게 기운이 없을 때 I가 나오고. 막 기분 좋을 때 E가 나오기도 하고.
     
    ◇ 김현정> 사람이 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저도 가끔 I일 때가 있어요. 고맙습니다. 이지선 교수의 앞날을 정말 응원하고요.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쭉 이어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이지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말 이 선한 영향력이라고 그러잖아요. 이지선 교수님, 이런 이야기하면 좀 그렇지만 이지선 교수님이 정말 불행한 사고를 당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선한 영향력은 훨씬 더 크게 뿜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귀하게 쓰이시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앞으로도 그 선한 영향력 많이 뿜어주시고요. 끝으로 카메라 보면서 인사하고 나가시겠어요?
     
    ◆ 이지선> 6년 만에 스튜디오로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우리 선배님이시자 최고의 인터뷰어를 직접 대면해서 저는 너무 영광이었고요. 또 문자로, 댓글로 응원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앞으로 오늘 했던 말들이 거짓말이 되지 않도록 또 언젠가 또 6년 뒤에, 7년 뒤에 또 반가운 소식으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여기서 이지선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지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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