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한파로 인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미래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30년 동안 글로벌 1위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격차'를 확보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도 발 빠르게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걷기 운동용 웨어러블 로봇 나온다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서 인사말 하는 한종희 부회장. 연합뉴스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1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삼성이 만든 '오늘의 브랜드 가치'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삼성의 가치는 877억 달러로 3년 연속 글로벌 5위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도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IT(정보통신)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캄 테크(calm tech‧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편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로봇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로봇이 실생활에서 유용하다는 것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와 소통을 통해 진화하고, 사용자의 요구를 분석해 동작하는 지능형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상용 기술을 확대해 올해부터 걷기 운동용 '웨어러블 로봇'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메타버스 시대 대비…'갤럭시 글래스' 나오나?
삼성전자 주총 입장하는 주주들. 연합뉴스삼성전자가 꼽은 또 다른 미래 먹거리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다. 메타버스의 '뇌' 역할을 할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다.
삼성전자는 XR(확장현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XR은 AR(증강현실)‧AV(증강가상)‧VR(가상현실)을 모두 포함한 용어다. 애플이 올해 VR 디바이스를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퀄컴‧구글과 차세대 XR 경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퀄컴의 칩셋 △구글의 AR 글라스 경험과 OS(운영체계) △삼성전자의 디바이스 등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 글래스'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안경 형식의 XR 기기 제품 출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하이엔드 스마트폰 등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인증받은 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의 XR 기기의 경쟁력을 더할 전망이다.
'최대 실적' 하만이 이끄는 전장
삼성전자의 전장(전자장비) 대표는 '하만'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인수합병)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인 80억 달러(당시 약 9조 원)에 하만을 인수했다.
특히 하만은 지난해 4분기 37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삼성전자에 안겼다. 2분기 연속 최대 실적도 기록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삼성전자가 앞으로 하만에 거는 기대도 크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도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반도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가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 (하만은) 성장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만과 5G 통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을 종합하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본질에 집중"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전년보다 6%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DS사업부문)가 차지하는 비중은 32.6%다. 그만큼 올해 실적 전망도 어렵다.
한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경영진은이날 주총에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런 위기 극복에 대해 한 부회장은 "이런 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한 비결은 '항상 본질에 집중한다'는 평범한 진리였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차세대 기술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