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1박2일 간 일본 방문으로 12년만의 정상 '셔틀외교'가 복원된 가운데,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각 부처는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경제산업계에서는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와 함께 이번 방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여전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우리 측의 이번 결단으로 한일 관계의 '판'이 바뀌고 주도권을 쥐게 됐다며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외교라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라며 "기시다 총리는 물론이고 이번 방일 기간 중 만난 12명의 정치지도자, 10여 명의 경제지도자, 그리고 수백 명의 게이오대 학생까지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결단'인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계기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급물살을 탔고 양국 관계 개선에 '판'을 바꾼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16일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는 12년 만에 양국 '셔틀 외교' 재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반도체 관련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등이 꼽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간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도 주요 성과다.
윤 대통령 방일 이후 정부 각 부처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준비하며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의 방일 등 정치권의 교류와 경제산업계에서도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협력 관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년 세대 간에 교류 확대 방안도 조만간 도출될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에도 이번 방일을 보는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도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영향을 받는 상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월 셋째 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로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P) 하락했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2월 넷째 주 37%를 기록한 후 36%(3월 1주 차), 34%(3월 2주차)로 3주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결단' 만큼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6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느냐'는 우리나라 기자의 질문에 "양국이 연계해 하나하나 구체적 결과를 내고 싶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양국 간의 관계에서 '결단'을 내린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쥐고 있고 일본 내, 국제 사회까지 기시다 총리의 '호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고 한미일 관계, 더 나아가서 국제 관계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특히 미국과 유엔,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호응하면 한반도와 국제정세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도 봐야 되겠지만 기시다 총리가 적절하게 호응한다면 한국과 일본, 또는 한미일 3국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서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안보‧경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비판 여론 잘 알아"…정상회담은 '시작' 추가 조치 기대
1박2일 간의 일본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경기 성남서울공항에 도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변인은 국내 여론과 관련해 "국내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야당에서 많은 비판을 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야당이 당연히 해야 되는 역할이고 그것을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순방 기간 중에 그리고 어제와 오늘 이어지는 야당 측의 비판을 보면 조금 아쉽거나 실망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며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 변화의 큰 판을 읽지 못하고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서 정치적 쟁점을 만들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변인은 "야당 측에서 조금 더 지성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서 그리고 국민의 이익과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을 통해서 정부 정책, 외교 정책을 비판한다면 여야 간에 조금 더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 개선의 '시작'으로 앞으로의 진행 상황과 결과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사실 일본이 깜짝 놀랐다"며 반응을 소개한 뒤 "이런 해법을 발표함에 있어서 일본이 또 우리가 국민들이 기대하기에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성의 있는 조치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 차장은 이번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결국 첫 단추는 끼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점점 마음을 열어왔고 또 서너 차례 정상 간 국제 다자 무대에서 얘기할 때마다 신속한 화해와 정상화에 대해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며 "그것이 결정판으로 하나의 결과물로 나오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고 자평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외교라는 게 기본적인 원칙, 상호주의 아니겠느냐"며 "많은 일본 정치인들, 일본 신문에서도 윤 대통령이 결단했으니 기시다 총리도 뭔가 호응해야 하는 게 아니냐 얘기하고 있으니까 이런 여론이 일본 내에서 잘 수렴되기를 바라겠다"라고 말했다.
향후 기시다 총리 방한 등 외교 이벤트가 예정됐다는 점에서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실리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정치적인 상황이 있고 한일 관계도 더 협상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온다면 그때 필요한 이벤트들이 있고, 그때 맞춰서 합당한 호응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