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어버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100)가 양금덕 할머니에 이어 '제3자 변제' 방식의 피해 배상 방법을 수용했다.
30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에 따르면 이춘식 할아버지 측은 이날 오전 재단으로부터 대법원의 징용피해 손해배상 승소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수령했다.
제3자 변제안은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내야 할 손해배상금을 국내 기업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1940년대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의 일본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열악한 환경에서 노역을 했다. 하지만 일제 패망 후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귀국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그동안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 할아버지의 가족 가운데 일부가 제3자 변제방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 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제3자 변제' 수용 관련 기자회견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이 할아버지의 장남인 이창환씨는 제3자 변제 방식의 피해 배상 수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는 현재 정상적인 의사를 표시하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뉴스를 통해 판결금도 지급받았다는 내용을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에 있는 형제들에게 누가 서명을 했고 누가 돈을 수령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서 "취소할 수 있는지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지원 단체들도 제3자 변제안 수용을 강요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민족문제연구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는 위법적 방식에 의한 제3자 변제 판결금 강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정부의 탈법 위법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과정을 통해, 정부가 제3자 변제를 압박하기 위해 생존자들을 상대로 어떠한 탈법적 행위를 하고 있는지 그 실체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면서 "이춘식 할아버지는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가족들에 의해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생존 당사자의 법률적 행사는 오직 당사자와 이 사건의 법률 대리인만이 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현재 고령의 생존 피해자들이 정상적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를 알면서도 오히려 이를 이용해 법률 대리인을 제치고 위법적 수단을 통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두 차례의 대법원 판결로 승소한 생존 피해 당사자들은 모두 '제3자 변제' 방식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