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중일 3국의 공조 강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의 밀월관계 역시 갈수록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대결 구도는 결국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이를 통해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찰떡 궁합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그런데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양국의 우방인 북한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 정상은 지난 21일 정상회담 뒤 낸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한반도 정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각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국면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미국을 향해서는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환구시보, 글로벌타임스, 차이나데일리 등이 21일 자 신문 1면에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 관련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연합뉴스두 정상은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후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를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로 포장하며 오히려 미국을 원인제공자로 지목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반미연대를 과시한 두 나라가 역시 핵 문제로 미국과 극한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도 공조체제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상시시킨 셈이다.
북중러 3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한미일 3국도 그 어느때보다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급격히 얼어붙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제3자 배상안을 꺼내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에도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양국 공조 강화에 적극적이다.
한일간 공조는 미국의 동북아 안보질서 구축에 가장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미국은 두팔벌려 이를 환영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3자 배상안이 나온 뒤 성명에서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간의 협력과 파트너십에 '신기원적인 새 장'(groundbreaking new chapter)을 연다"라고 평가했다.
여기다 윤 대통령은 오는 4월 말 한국 정상으로서는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방문 할 계획이며 이를 계기로 대중국 견제 협의체 성격의 '쿼드(Quad)' 실무그룹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균형외교라는 명목하에 미국 보다 중국에 더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지나치게 미국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미간 공조가 그 어느때보다 두터운 셈이다.
연합뉴스문제는 이렇게 한미일, 그리고 중러북의 진영대결 구도가 짜여지며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와 외교 등 다방면에 걸쳐 진영간 대립과 반목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전세계를 무대로 펼치는 대결의 여파로 한반도의 정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국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한중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는 전체 구도 속에 작은 일부분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모른척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이 중국과 미국의 대결 구도에서 어는 한쪽으로 묶이는 것 자체가 한반도 정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