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경찰이 수개월간 같은 구청 동료 공무원들에게 '허위 불법주차 신고' 수천건을 제기한 구청 공무원들에 대해 수사중이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은평구청 주차관리과 주차단속원들이 같은 구청에서 함께 일하는 단속원 5명에게 집중적으로 최소 2084건이 넘는 불법주차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왜 우리 근무할 때만 허위 불법주차 신고가 쏟아질까?"
은평구청사. 은평구 제공은평구청 단속원은 3개조로 나뉘어 오전(오전 7시~오후 4시), 오후(오후 1시~오후 10시), 심야(오후 9시~오전 7시) 시간대를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피해 직원 5명은 한 조로 묶여 함께 일했는데, 지난해 5월부터 이들이 근무하는 시간대에 특히 허위 불법주차 신고가 쏟아져 들어왔다.
신고 내용을 보면 악의 없는 정상적인 신고로 보기 어려운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의 신고 가운데 최소 647건(31%)이 현장에 차량이 아예 없는 허위민원이었고, 최소 587건(28%)은 심야·새벽시간대에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시에 여러 군데에서 불법주차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29일에는 약 6분 동안 16개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이중 가장 먼 2곳은 약 13km 떨어져 있었고, 16곳 모두 현장에 방문할 경우 약 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또 다른 신고를 보면, 10km가 떨어진 은평구 주차단속관할 구역의 양 쪽 끝을 동시에 신고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이라면 구청의 주차단속 관할 구역에서도 가장 먼 두 곳을 파악해 동시에 신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장애인·여성·고령 등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피해 직원들은 이같이 쏟아지는 허위 불법주차 신고에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A(70)씨는 지난해 9월 이른 아침 허위 신고에 현장으로 출동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 자비로 50여 만원을 들여 차량을 수리하기도 했다. A씨는 이같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약 4년 근무하던 단속원에서 지난해 말 퇴직했다.
신고 셋 중 하나는 현장에 차량無·새벽시간…CCTV로 동료 직원 '덜미'
스마트이미지 제공이같은 허위 불법주차 신고를 견디다 못한 피해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경찰을 불러 한 신고 지역 CCTV를 확인한 결과 신고자는 놀랍게도 같은 구청에서 함께 일하는 단속원 동료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CCTV에는 가해 직원과 차량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찰 조사가 이뤄지자 가해 직원 3명은 스스로 불법주차 신고를 했다고 뒤늦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불법주차 신고를 이용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퇴직한 A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악성민원인줄 감은 잡았지만 확증이 없으니 현장에 갈 수밖에 없었다"며 "악성 집단 민원으로 동료를 골탕먹이는 것을 보니 더러운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그만뒀다"고 밝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고발을 접수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수사중이다. 경찰은 신고를 했다고 스스로 밝힌 피의자 3명 이외 추가 공범이 있는지 등을 포함해 조사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 직원, 민원 제기 인정하면서도 "공무원은 신고 못하나"
가해 직원들은 불법주차 신고가 들어오면 3시간 안에 현장 출동해야 한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여러 익명을 사용해 피해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에 불법주차 신고를 쏟아냈다.
가해 직원 일부는 불법주차 신고를 했다면서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해 직원들은 "피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중 발생한 민원을 처리하지 못해 다음 근무자에게 떠넘긴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공무원도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불법주차 신고 가운데 모든 신고가 허위는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직원 B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불법주차 신고를) 한 것이 무슨 문제인가"라며 "(이와 관련해)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