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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체크]'밥 한 공기' 비우면 쌀 소비량 늘까…대안 부재 드러낸 '말 한 마디'

사회 일반

    [노컷체크]'밥 한 공기' 비우면 쌀 소비량 늘까…대안 부재 드러낸 '말 한 마디'

    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 다이어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당차원에서 논의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습니다. 남아도는 쌀 문제를 다이어트 하는 여성들이 밥 한 공기를 다 먹음으로써 풀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인데요. 도대체 말이 되는 건지 따져봤습니다.
     
    ◇ 조태임 > 조 의원 발언을 준비했는데요. 한 번 들어보고 시작하죠.

    ▶ KBS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 중 일부 발췌
    조수진 : 쌀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우리 민생119에서 나온 것은 제가 KBS에만 처음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고.
    최경영 : 네, 말씀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조수진 : 가령 우리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닙니까?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예요.
    최경영 :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조수진 : 네. 그러니까.
    최경영 : 두 공기 먹기 뭐 이런 거요?
    조수진 :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거든요.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 조태임 > 조 의원 발언이 지난 5일에 있었는데요. 일단 사과를 했죠?
     
    ◆ 선정수 > 조 의원은 6일 국회 본청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진위야 어찌됐든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과 당원에게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을 일으킨 발언에 대해서는 "전날 발언에 대해 "민생을 위해서 예산이나 법률안이 필요 없게 우리가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이게 정쟁화돼 유감"이라며 "나부터 어떤 논란을 빚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조태임 > 조 의원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가요?
     
    ◆ 선정수 > 조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체제 1호 특별위원회인 '민생 119위원회'의 위원장입니다. 이 특위에서 쌀 소비 대책으로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뜻인데요.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이런 전제가 깔려있고요. 쌀이 다른 식품에 비해 오히려 칼로리가 낮다는 점을 알려서 쌀 소비량을 늘리겠다 이런 접근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 조태임 > 그럼 사실 여부를 따져보죠. 여성 다이어터들이 밥 한 그릇 다 비우기를 하면 쌀 소비량이 늘어나나요? 그런데 왜 여성만 꼭 집었을까요? 요즘엔 남성 분들도 밥 반 공기만 드시는 분들도 많던데…
     
    ◆ 선정수 > 네. 아직도 국민의힘이 굉장히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찌들어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소장파 여성의원이 이런 발언은 한다는 것도 참 이해하기 어렵네요. 요즘엔 남성 분들도 여러 이유로 밥 반 그릇 드시는 분들 많습니다. 굳이 '여성'을 끌어들일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 조태임 > 그런데 조 의원 말처럼 밥 한공기를 다 비우면 쌀 소비량이 늘어나나요?
     
    ◆ 선정수 > 조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가 "두 공기 먹기 이런 거요?"라고 재차 묻지만 "다이어트를 위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여성분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식당 고객이 공기밥을 반만 먹었다고 치죠. 그럼 손님이 남긴 반 공기는 어디로 갈까요?
     
    ◇ 조태임 >  음식물 쓰레기가 되겠죠.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체 쌀 소비량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한 공기를 다 먹든 반은 먹고 반은 버리든 쌀 소비량은 같은 것이죠.
     
    차라리 고봉밥 주기 운동이나, 공기밥 1+1 주기(먹기) 운동을 하면 소비량 증가에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한 그릇 다 먹기 운동 이런 건 소비량을 늘리는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 조태임 > 좋게 생각해서 '다이어트 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 밥을 잘 먹자'는 뜻이었다고 해도, 쌀 소비량이 늘어날까요?
     
    ◆ 선정수 > 그럼 늘어나겠죠. 얼마나 늘어날지 계산을 해봤습니다. 질병관리청의 2021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체중감소 시도율'이라는 항목이 있는데요. 체질량지수 23kg/㎡ 미만, 그러니까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판정받지 않은 사람 중 최근 1년간 본인의지로 체중을 감소하려고 노력했던 비율입니다. 편의상 이 비율을 토대로 우리나라 여성들 중 체중감소를 시도한 '다이어터' 인원 수를 계산했습니다.
     
    ◇ 조태임 > 그럼 여성분 가운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선정수 >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성인구는 2,135만 8,119명입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19세 이상의 체중감소 시도율은 35.6%입니다. 계산해보면 대략적으로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성 760만3490명이 체중감소를 시도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분들이 모두 밥을 반 그릇 씩 더 먹는다고 가정해봅니다. 밥 한 그릇에 들어가는 쌀의 양은 100g인데요.
     
    따라서 삼시세끼 모두 밥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에 동참했을 때 1인당 하루에 150g의 쌀을 더 섭취하게 됩니다. 이를 365일로 환산하면 4162억9109만7429g, 4억1629만1097kg, 연간 41만6291톤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조태임 > 굉장히 큰 숫자라서 감이 안 오는데요. 요즘 우리나라에 쌀이 남아돈다고 하잖아요. 얼마나 많이 남나요? 그 차이를 비교해봐야 감이 올듯해요.
     
    ◆ 선정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 양곡연도 쌀 생산량은 376만톤, 소비량은 353만톤으로 추정됐습니다. 생산량이 23만톤 많습니다. 생산은 했는데 소비하지 않으니 남아돈다는 뜻인데요. 국민의힘이 다이어트 여성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추진하고 모든 여성들이 이에 동참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쌀 초과생산량을 모조리 소비하는 것을 넘어 쌀 부족 사태가 닥칠 수 있습니다.
     
    ◇ 조태임 > 초과생산량은 23만톤인데, '다이어트 하는 여성분들이 삼시세끼 모두 밥을 먹으면 연간 41만톤을 더 소비하게 된다', 그럼 18만톤이 모자라게 되는 거네요.

    ◆ 선정수 > 쌀 생산량이 부족하던 1950~1960년대 무렵 미국이 지원해준 밀가루를 바탕으로 '분식(혼식) 장려 정책'을 펼쳤던 게 떠오르는데요. 쌀이 모자라면 흰쌀밥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잡곡과 분식 먹으라고 하더니만, 쌀이 남아돈다니까 칼로리가 낮다는 이야기 하면서 더 먹으라고 하고, 이래서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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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태임 > 밥이 다른 식품보다 칼로리가 낮은 건 사실인가요?
     
    ◆ 선정수 > 밥을 먹을 때 밥만 먹지는 않죠. 빵을 먹어도 샐러드, 계란 등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을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밥의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밥 뿐만 아니라 무슨 반찬을 얼마나 먹는지, 밥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먹는다고 했을 때도 한끼 식사의 전체 칼로리를 비교해야 정확한 계산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순수하게 곡류가 갖고 있는 열량만 비교해봤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쌀과 주요 곡물의 100g 당 열량을 비교해봤습니다.
     
    ◇ 조태임 > 쌀이 칼로리가 낮을 것 같은데요. 결과는 어떻습니까?
     
    ◆ 선정수 > 100g 당 열량은 쌀 366㎉, 밀(박력 밀가루) 374㎉, 귀리 382㎉ 등으로 나타납니다. 옥수수는 118㎉, 고구마는 147㎉입니다. 쌀이 밀가루나 귀리보다는 칼로리가 낮지만 옥수수, 고구마에 비하면 2~3배 정도 열량이 많습니다. 열량이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적합하다고 말하려면 쌀보다는 고구마나 옥수수를 추천해야 사리에 맞는 거죠.
     
    ◇ 조태임 > 쌀 초과생산과 이에 따른 가격 폭락을 막자는 취지로 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그럼 정부가 내놓은 쌀값 폭락 대책은 뭐에요?
     
    ◆ 선정수 > 농식품부는 6일 쌀 적정 생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벼 대신 논콩, 가루쌀, 하계조사료 재배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한 축이고요.
     
    벼 재배 감축 협약을 추진한다는 게 다른 한 축입니다. 이 대책이 계획대로 잘 추진되면 대책 목표가 달성되는 경우 현재 추세로 쌀 생산이 이루어질 때보다 쌀값은 5% 정도 상승한다는 게 정부 예측입니다.
     
    ◇ 조태임 > 그런데 이게 새로운 게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네요?
     
    ◆ 선정수 > 네, 사실 쌀 적정생산대책은 매년 나오는 것이고요. 올해 전략작물직불제가 새롭게 도입이 되기는 했지만 쌀 재배면적 감축목표를 3만7000ha로 제시를 했는데. 농식품부는 "목표량은 무척 의욕적이고 조금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쌀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소비량을 늘리는 혁신적의고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조태임 > 요즘 먹을게 워낙 다양해졌고 식생활도 변화했기 때문에 쌀 소비를 늘린다는게 쉽지는 않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국회의원을 뽑고 대통령을 뽑은 건 결국 정책을 세워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거잖아요. 정부 여당으로서 좀 더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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