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물가상승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수출 부진마저 장기화되고 있어 경기회복의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유가마저 다시 출렁이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기존의 '상저하고' 전망 대신 '상저하저'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속되는 수출부진에 KDI "경기 둔화 심화"→"경기 부진 지속"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3년 4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가 다소 살아났지만, 제조업이 중심인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3월 수출은 전월인 2월의 7.5% 감소에서 하락 폭이 더 커진 13.6% 감소로 나타났는데, 이른바 수출 효자로 불리던 반도체가 34.5% 급감하며 수출 감소를 주도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1월 10.7% 감소, 2월 12.4% 감소, 3월 17.9% 감소 등 전반적인 수출 성적표 자체가 좋지 않다.
일각에서 리오프닝으로 인해 경기가 다소 회복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왔던 중국의 경우에도 대(對) 중국 수출이 36.2%나 감소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러다 보니 KDI의 최근 우리 경제 평가는 두 달째 '경기 부진 지속'을 되풀이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낮아졌지만 물가 오른 품목은 되려 늘어…근원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
황진환 기자내수 또한 고물가 지속으로 인해 전망이 밝지 않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2%로 2월의 4.8%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86.2%에 달하는 395개 품목의 물가가 작년보다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물가 상승률이 6.3%로 지난 달보다 2.1%p나 높았던 지난해 7월의 383개(83.6%)보다 많은 수치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월과 같은 4.8%를 기록하면서 2년 2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것도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가라앉기 어려운 상황임을 나타낸다.
국제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변동 폭이 큰 석유류 등과 달리 근원물가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4.0%, 하반기 3.1%로 전망하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4.4%, 하반기 3.3%로 소비자물가보다 높게 잡은 것도 결을 같이 한다.
OPEC+ 감산에 국제유가도 '들썩'…정부 '경기부양' 대신 '세수확보'에 무게
이런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심상찮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게 되면 항공업계, 운송업계 등은 직격탄을 맞게 되고, 전기 등 에너지 가격 또한 들썩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란, 가이아나,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다른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5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상당수는 부정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산유량을 일시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오히려 세수 감소 가능성이 높아진 탓에 세수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각종 세제혜택 축소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1년 6개월 시행 후 이달 말 연장기한이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와, 2018년부터 시행돼 오면서 6월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모두 당초에는 추가 연장의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해 단계적 폐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커져가는 '상저하저' 우려…"하반기에도 불확실성 커"
연합뉴스
이같은 경기 흐름과 정부의 대응으로 인해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당초 상반기에 주춤한 후 하반기에는 회복하는 이른바 '상저하고'에서 상반기도 주춤하고 하반기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저하저'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5%로 0.6%p 내렸다.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이유에서인데, 상반기를 1.2%, 하반기를 1.8%로 예측하며 처음으로 하반기 1%대 성장 전망치를 내놨다.
연간 성장률 1.5% 또한 KDI의 1.8%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의 1.7%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6%보다 낮은 수치다.
KDI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수가 회복된 반면 수출 부진은 더 나빠졌고, 유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 경제전망 또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당초 전망이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