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입 수시 전형에서 반영된 학교생활기록부 상 학교폭력 조치사항(가해기록)이 정시에도 반영된다. 각 대학은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반영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2026학년도 입시부터는 의무적으로 학교폭력 가해기록을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의결한 뒤 발표했다.
정부는 △일방·지속적인 학교폭력에는 무관용 원칙 △학교폭력 피해학생 중심의 보호조치 강화 △현장의 학교폭력 대응력 제고 및 인성교육 강화라는 3가지에 중점을 두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엄정한 조치를 내려 '학교폭력에는 반드시 불이익이 따른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그동안 대입 수시 전형에서 반영된 학교생활기록부 상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입 정시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수시 학생부 교과·학생부 종합 등 학생부 위주 전형뿐만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에서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모든 대입 전형에 학교폭력을 반영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수시 전형에서 감점요소 및 정성평가 활용 등의 방식으로 반영되고 있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앞으로는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에서도 합격 여부를 가르는 중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반영방식이나 기준 등은 대학별로 결정해 사전 예고할 예정이다. 각 대학은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학교폭력 조치사항 반영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2026학년도부터는 의무적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특히, 자퇴생이 검정고시를 거쳐 응시하는 경우에도 학생부를 제출하도록 해, 각 대학이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오는 8월 대입 필수 반영 내용을 담은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은 "현재 고교 2학년은 시범 적용이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영향력이 좀 덜할 수 있지만, 현 고교 1학년부터는 본격 적용되기 때문에 가해로 처벌받은 학생의 경우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학교폭력 가해 기록, '졸업 전 삭제' 이젠 어림없어
교육부 제공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조치 등 중대한 학교폭력 조치사항에 대한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이 졸업 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어난다. 교육부는 최대 4년으로 늘린 것과 관련해, 재수·삼수생 등 n수생이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전학(8호) 조치를 제외한 4~7호 조치 즉,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조치는 보존기간이 만료되지 않아도 졸업 직전 심의를 통해 삭제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삭제 요건이 크게 강화된다.
학교폭력 삭제기록 심의 시에 '피해학생 동의 확인서', '가·피해학생 간 소송진행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해 행정심판과 소송이 남발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또한 가해학생이 학생부 조치사항 기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자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조치를 내리기 전에는 자퇴할 수 없도록 했다.
2012년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수립된 이후,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해 보존(초·중 5년, 고 10년)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정립했지만, 그 이후 보존기간이 점차 완화돼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되고, 피해학생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2017년부터 3만 건, 2019년부터 4만 건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고 지난해에는 6만 건을 웃돌았다.
문제는 학교폭력 가해 기록 보존기간이 늘어날 경우, 불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의당 송경원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학교폭력 기록 보존기간이 4년이나 되는데 학교폭력 처분을 받으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막히기 때문에 불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조치에 최우선…가·피해학생 즉시분리 기간, 3일→7일로 연장
교육부 제공정부는 또한 피해학생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피해학생 즉시분리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연장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가·피해학생을 즉시분리 조치하는데, 현행 3일로는 휴일이 포함된 경우 실효성이 낮아 그 기간을 '7일 이내'로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학생에게 가해학생과의 분리요청권을 부여해, 피해학생이 요청하면 학교장이 학교 전담기구의 판단 아래 '긴급조치'로서 '출석정지(6호) 또는 학급교체(7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가해학생이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조치가 지연된 경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학생의 불복사실'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피해학생에게 알려 진술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가해학생에 피해학생·신고자에 대한 접촉 금지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가중 조치하도록 해 2차 가해를 차단하기로 했다.
특히 피해학생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피해학생 전담지원관 제도'를 신설해 학교폭력 사안발생 초기부터 피해학생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심리상담·의료·법률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위(Wee)센터, 상담·심리지원기관, 병·의원 등 피해학생 전문지원기관을 올해 303곳에서 내년에 400곳으로 늘려 피해학생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스마일센터, 복지·정신건강 관련기관 등을 연계해 피해학생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법무부의 마을변호사 제도를 통해 피해학생을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학생이 행정심판에 참가하게 된 경우에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률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학교폭력담당 교원, '고의나 중과실' 없으면 민·형사상 책임 면제"
정부는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원이 학교폭력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교원치유지원센터를 통해 법률상담을 지원하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수업도 줄여주기로 했다.
또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안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17개 시도교육청에 '(가칭)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를 설치해 학교 현장의 사안 처리, 가·피해학생 간 관계회복, 법률서비스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으로 구성된 '사안처리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해 학교 전담기구의 처리 과정을 지원하도록 했다.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은 학교장 자체해결 범위를 확대해 교육적 해결을 강화하도록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간 학교폭력에 대한 온정주의로 인해 피해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너져버린 교권도 강화해 학교폭력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