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성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관석 의원. 연합뉴스검찰이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법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금 마련과 전달에 관여한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소환 조사도 곧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전날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와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자금 출처와 조달·전달 경위 등을 조사했다.
지난 12일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구속기소)을 비롯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경선캠프 관계자 9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지 나흘 만이다.
검찰이 지난 12일 의원회관 민주당 윤관석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검찰은 강씨를 금품 조성을 주도한 자금 마련책으로, 강 전 구의원을 자금 전달책으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강씨는 전당대회에 뿌려진 9400만원 중 8천만원을 지인을 통해 마련했다.
강씨는 2021년 4월 24일 '국회의원들의 기존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윤 의원의 지시를 받고 지인을 통해 3천만원을 마련했다. 그는 이 돈을 사흘 뒤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인 박모씨를 통해 300만원씩 담긴 봉투 10개로 만들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이 돈이 윤 의원을 통해 하루 뒤인 28일 같은 당 의원 10명에게 뿌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는 또 같은날 추가로 현금을 마련해 달라는 윤 의원의 요청에 따라 3천만원을 조성해 봉투 10개로 준비해 윤 의원에게 전달했다. 전달 과정에는 박씨와 이 전 부총장이 같은 방식으로 관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해 "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말씀드리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창원 기자강씨는 아울러 이 전 부총장 등에게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전국대의원 및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는 데 사용하자'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1천만원, 민주당 관계자인 또 다른 강모씨가 500만원을 마련해 2021년 3월 30일과 4월 11일 각각 지역본부장 10여명과 7명에게 총 1400만원을 전달했다.
지역상황실장들에 대한 현금 제공도 강씨가 주도했다. 강씨는 4월말쯤 지인을 통해 현금 1천만원을 마련해 50만원씩 봉투 20개를 만들어 이 전 부총장에게 건네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전달토록 했다. 이어 비슷한 시기 같은 방식으로 조성한 1천만원을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검찰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법 금품을 주고받은 것으로 거론된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국회의원은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 안팎에 이른다.
검찰은 우선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이름을 올린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할 돈봉투 조성을 지시하고, 실제로 300만원 담긴 봉투 10개씩을 두 차례 넘겨받아 의원실을 돌며 전달한 것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불법 자금 조성과 전달에 관여한 송영길 캠프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국회의원들을 차례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인 만큼 공여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꼬리표가 붙지 않은 현금이 전달됐다는 점에서 계좌 추적 등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특징이 있다"면서 "의심이 있다거나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해서 돈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물증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