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전소된 남경진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의 주택. 동부지방산림청 제공최근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현장에서 '화마(火魔)'와 사투를 벌이던 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자신의 집이 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현장에서 혼신의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8시 30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순간풍속 30m/s 안팎의 강한 바람을 타고 해안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당시 숨이 막힐 것 같은 연기와 불로 인해 대부분 속수무책으로 화염에 휩싸인 정든 집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주민들 사이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쉴 새 없이 진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인 남경진(44) 대원도 이들 중 하나였다. 특히 남 대원은 산불이 자신의 집과 멀지 않아 산불 피해에 노출돼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진화대원들과 맡은 구역에서 끝까지 본인의 임무에 충실했다. 결국 남 대원은 진화를 위해 이동을 하던 중 자신의 집이 전소된 것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6일 강릉 산불 현장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남경진 대원을 직접 만나 "임무에 충실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격려와 함께 격려금을 전달했다. 동부지방산림청 제공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난 16일 강릉 산불 현장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남 대원을 직접 만나 "임무에 충실해줘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감사하고 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격려와 함께 격려금도 전달했다.
남 대원은 2016년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불전문예방진화대를 시작으로 2018년부터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울진, 밀양 산불 등 대형산불 현장 최일선에 투입돼 활약했다.
남 대원은 "산불이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산불 진화 현장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이라며 "현장에서는 맡은 임무 수행이 우선이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 펜션 밀집지역과 산림에 대형 산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강릉=황진환 기자앞서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주불이 잡혔다. 특히 이번 산불은 기존 산불과 다른 '도심형 산불'로 확산하면서 주택과 펜션, 상가 등 건축물 피해가 컸다.
강릉시가 지난 17일까지 1차 재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유시설 6개 분야 333억 5천만 원, 공공시설 9개 분야 64억 9600만 원 등 총 15개 분야 398억 46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산불로 불에 타고 훼손된 산림과 관광 가치는 무려 6832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택과 숙박시설 등 266채의 건물이 산불 피해를 입었고 산림 179ha가 잿더미로 변했다.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등 27명으로 집계됐으며 산불로 인한 이재민은 217가구 489명이다. 이들은 현재 강릉아레나와 임시숙소, 친척집 등에서 머무르고 있으다. 강릉시는 LH임대주택 30호와 펜션·호텔 121호 등의 임시 숙박시설 확보해 이재민들을 단계별로 옮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