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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에 보증강화까지…보증금 미반환, '시한폭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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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세난에 보증강화까지…보증금 미반환, '시한폭탄'됐다

    핵심요약

    서울 연립 ㎡당 전세평균가격, 4개월 만에 422만→415만원
    공시가격 하락·보증보험 조건강화…빌라소유주, 전세금 수천만원 내려야
    역전세 따른 보증금 미반환 사례, 전세사기 논란 늘어날 듯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연합뉴스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세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계약 된 전세 만기가 올해 속속 도래하면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과 전셋값이 함께 급락한 가운데 다음 달부터는 전세보증보험 조건까지 강화되면서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는다고 해도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증금이 제때 반환 되지 않을 경우 전세사기 논란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에 전세사기 사건까지…"빌라 전세 사실 분 없나요"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
    계약만기 때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빌라를 중심으로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집주인이 크게 늘어 전셋값이 폭등했는데, 지난해 금리 인상과 시장 침체로 전세값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인상 진정세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아파트 전세 시장은 서울 등을 중심으로 살아나는 모양새이지만 빌라는 '전세 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세입자 구하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빌라(다세대·연립) 전세 거래량은 8614건으로 1년 전보다 38.2% 줄었다. 서울은 3월 말 기준 전세 거래량이 2781건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9%가 줄었다.

    빌라 임대차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8일 기준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 2만 7617건 중 전세는 1만 4903건으로 전체의 54.0%를 차지했다. 이런 비중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연립 3.3㎡당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1393만원에서 지난달 1371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세 값이 내리면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는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2020년 1월~2022년 8월 제출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16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깡통전세 고위험군'이 12만 1553건으로 집계됐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전셋값이 매매 가격에 육박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위험이 커진다. 최근 전셋값까지 급락하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다고 해도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깡통전세 위험군.고위험군이 몰려 있는 지역은 시‧군‧구 단위로는 △서울 강서구(5910건) △충북 청주시(5390건) △경기 부천시(4644건) △경기 고양시(3959건) △경기 평택시(3867건) 등이었고,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하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4373건)에서 가장 많았다.

    이런 깡통전세 위험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은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임대차 사이렌에 제공되는 전세가율은 해당 월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간의 임대차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수치다. 광역 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세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계약된 전세건의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에는 전세계약 갱신 시 보증금 반환 이슈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공시 가격 급락에 보증보험 기준 강화까지…보증금 미반환 위험 더 커져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 있는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 있는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박종민 기자
    다음 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빌라 집주인들의 보증금 반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일단 보증보험 가입 상한액을 결정하는 공시 가격이 올해 급락하면서 상당수의 주택이 전세 보증금을 수 천만 원 내려야 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올해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8.61% 낮아져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수도권 빌라 공시가격은 평균 6.0% 하락했다.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때  적용되는 주택가격 산정 기준도 공시가격의 140%,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해까지의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 전세가율 100%였지만 정부가 보증보험을 악용하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관련 기준을 조정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보증 한도 인정 비율은 기존 공시가격의 1.5배에서 1.26배로 줄어든다.예를 들어 공시가격 1억원인 빌라에 대해 기존에는 보증금 1억5천만원까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다음달부터는 보증금 1억2600만원까지만 보험가입이 가능해진다. HUG는 조정된 기준 적용을 갱신 계약에 한해 내년 1월까지 미뤄주기로 했지만 기준 강화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빌라 중 상당수가 보험 가입 불가에 따른 보증금 인하가 불가피하다. 안 그래도 '세입자 모시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가 된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가 계약 갱신에 나서지 않고, 새로운 세입자를 바로 구한다고 해도 집주인이 자금 여력이 없으면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국토교통부 연립·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와 주택 공시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 10% 하락을 기준으로 올 하반기에 만기 예정인 빌라 전세 계약 중 기존과 동일한 전세금으로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 주택이 71%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에서는 △강서구(90%) △금천구(87%) △영등포구(84%) △관악구(82%), 인천에서는 △남동구(94%) △계양구(94%) △서구(90%)에서 가입 불가 비율이 높았다.

    집토스 진태인 아파트중개팀장은 "전세가격 하락과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로 당장 여윳돈이 없는 집주인들은 다음 세입자를 바로 구한다고 해도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인데 최근 빌라 전세시장에선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보증금 미반환과 관련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혹시 나도 전세사기 피해자?"…관련 상담·신고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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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증금이 제때 반환되지 못할 경우 전세사기 논란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2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전월세종합지원센터 상담건수는 1496건으로 이중 430건이 법률상담과 임대차계약 등이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HUG 전세피해지원센터 방문자수도 4160명, 상담건수도 8524건에 달했다. 보증금을 받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을 사기죄로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증금 편취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못한 집주인에게는 전세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이 지연될 경우 전세사기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빌라 시장의 깡통전세 문제와 역전세난은 확대되는 추세여서 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전세사기 논란 역시 확산될 전망이다.

    한 검찰 출신의 국내 대형로펌 변호사는 "도의적 책임과 사기죄 성립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고 계약 당시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 없이 보증금을 받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기망 행위와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계약 당시 보증금을 편취하기 위해 고의로 세입자를 속였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기관이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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