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c)Sammy Hart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38·러시아)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5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아브제예바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하다. 2010년 제16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여성 우승자가 나온 건 마르타 아르헤리치(82·1965년 우승) 이후 45년 만이었다. 결선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잉골프 분더(공동 2위)와 다닐 트리포노프(3위)를 제쳤다. 당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로부터 '쇼팽의 감성과 일치하는 세심한 연주'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브제예바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아르헤리치와 같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에 행복했고 지금도 감격스럽다"며 "당시 아르헤리치가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더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 우승 이후 그와 함께 대화 나누고 음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기회가 주어져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라디오, TV, 인터넷 등 각종 매체가 그의 연주에 대한 리뷰를 쏟아냈다. 연주를 요청하는 러브콜도 끊이지 않았다. 달라진 상황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머지않아 스트레스 받지 않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저한테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죠. 자연스럽게 제 자신을 보여주고 무대 밖 일은 신경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면 음악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음악과 관련 없는 것은 잠시 뒤로 하고 관객과는 제가 연주하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거죠. 이러한 것들이 매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돼요."
이번 리사이틀은 '올 쇼팽'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전반부에서는 폴로네이즈 2곡, 뱃노래, 전주곡, 스케르초를, 후반부에서는 마주르카 4곡과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아브제예바는 "리사이틀을 '올 쇼팽'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건 13년 만이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스스로 많은 성장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번 공연으로 쇼팽 음악의 비전을 제시하고 제가 요즘 느끼는 쇼팽의 음악은 어떤지 한국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c)Sammy Hart그가 생각하는 쇼팽 음악의 매력은 뭘까. "여러 해에 걸쳐 준비했던 쇼팽 콩쿠르 기간에는 제 음악적 영혼을 쇼팽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그가 살았던 시대를 파고들었죠. 쇼팽과 동시대에 살았던 작가들의 책과 외젠 들라크루아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살펴봤죠. 당시 얻은 쇼팽에 대한 저만의 비전은 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어요."
아브제예바는 "작년에는 폴란드를 방문해 쇼팽 생가 젤라조바볼라를 들렀다. 쇼팽의 발지취가 닿은 바르샤바 곳곳을 거닐며 행복했다"며 "지금도 쇼팽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순간이 많다. 제게 큰 특권이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브제예바는 무대에서 화려한 드레스 대신 단정한 바지 정장을 입고 연주한다. 여느 여성 피아니스트와 다른 옷차림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잖다. "15년 전쯤 한 공연장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연주한 적이 있어요. 공연 2부쯤이었는데 제가 입고 있던 드레스가 그날 연주하는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죠."
그는 "공연장 분위기에 걸맞은 복장을 갖춰야 하는 건 맞지만 꼭 드레스여야할 필요는 없다. 연주할 때 시각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면 음악 본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복장을 입기 시작했다"고 했다.
쇼팽 외에도 "바흐의 음악을 깊게 탐구하고 싶다"고 했다. "팬데믹 기간, 매주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를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덕분에 바흐의 음악에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총 48개의 프렐류드와 푸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여정을 마치고 나니 다성음악과 화성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죠.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이상적이라서 바흐의 음악이 좋습니다."
아브제예바는 작년 1월 내한해 피에타리 잉키넨 얘술감독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잉키넨 예술감독의 취임식을 겸한 공연이라서 더 특별했다"는 그는 "여러 차례 만났던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김봄소리는 제가 아주 좋아하고 친분이 있다. 언제 봐도 기분 좋아지는 연주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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