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는 24일 전격 귀국하면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며 '결자해지'의 뜻을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오늘이라도 소환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과 무관하게 수사 단계를 차례로 밟아나갈 전망이다.
검찰은 일단 전당대회 과정에서 뿌려진 자금을 마련하고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에 대해 다시 한번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로 활동하던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애초 7월에 귀국하려던 계획을 바꿔 일정을 앞당겼다.
송 전 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책임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도착했으니까 상황을 좀 파악하겠다"며 "제가 모르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며 "저 송영길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 파리에 체류했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반면 검찰은 지난 22일 파리 현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비롯해 송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내놓은 발언들은 대체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 등 물증과 거리가 있는 내용이어서다.
검찰의 수사 시간표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보다는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강씨의 신병 확보에 맞춰져 있다. 강씨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총 9400만원을 제공하라고 지시·권유하고 직접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 12일 강씨를 비롯해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 20곳을 압수수색했다. 강씨 등을 불러 조사한 뒤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지난 21일 법원이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암초를 만났다.
검찰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부총장과, 윗선으로 향하는 핵심 징검다리로 여겨진 강씨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번 의혹의 실체를 파헤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 첫 단추를 꿰는 일부터 어그러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범 간 진술 조작이나 증거 인멸 등이 이뤄져 진상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또한 송 전 대표가 파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 문제는 돌아가서 하나하나 점검하겠다"고 말한 것도 핵심 인사들을 향한 일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 파리에 체류했다.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검찰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송 전 대표 조사에 앞서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등 신병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강씨를 통해 자금원과 자금 마련 경위, 또 전달 과정, 나아가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관련자들의 역할을 차례로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건의 정점이자 윗선으로 평가받는 송 전 대표의 지시·개입 여부는 나중에 최종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의 발언과는 별개로 수사는 증거와 법리를 따라 진행된다"며 "(송 전 대표의 소환 역시) 수사 일정에 맞춰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윤 의원, 이 의원, 강씨 등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 9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은 이날 이번 의혹과 관련해 송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 진술 등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송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될 목적으로 불법 자금 조달을 지시하고, 직접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