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이선균과 그의 페르소나 조나단 나 / JOHN NA 분량 많음 주의 "우리 이민가자."
이원석 감독이 배우들과 "이민가자"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했을 정도로 '킬링 로맨스'는 독특한 캐릭터와 그런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B급 병맛 코미디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조나단 나(JOHN NA) 역 배우 이선균은 예비 관객들에게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미리 보고 오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킬링 로맨스'를 보는 순간 '나의 아저씨'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그만큼 열정적으로 몸을 내던지며 연기한 배우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특히 이선균의 열정에 이 감독은 분장팀의 분노까지 받아내야 했다. 이하늬와 공명의 코믹 연기는 '극한직업'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지만, 이선균의 연기는 모두가 우려할 정도였다. 이 감독은 "고맙다"면서도 "굳이 저럴 필요 있었을까 했는데, 그렇게 열심히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나단 나는 이선균의 '페르소나'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원석 감독과 함께한 <'킬링 로맨스' 관람설명서: 배우 편(ft.이선균)>이다. '장인 정신' 이하늬, '순수 범우' 공명 그리고 '희열 NO 걱정 YES 조나단' 이선균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에 본 적 없는 이선균의 모습이 걱정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던 영화인만큼, 이선균의 분량이 많다는 점 참고 바란다.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킬링 로맨스' 캐스팅 과정(이선균 분량 많음 주의)
▷ 배우들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배우들은 시사회 하기 전에 이미 다 봤다. 너무들 다 좋아했다. 하늬씨는 영화 보다가 울어서, 나랑 선균씨가 그렇게 창피하냐고 농담했었다. ▷ 황여래, 조나단, 김범우에 이하늬, 이선균, 공명을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먼저 이하늬부터. 시나리오를 보면서 누가 과연 동화 속에 나오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했다. 정극부터 진짜 코미디까지 갈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과 뻔뻔하고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이 누굴까 했을 때 하늬씨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작가님에게 "이하늬!"라고 이야기했다.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전까지 이선균에게서 조나단 같은 이미지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제안한 건가? 선균씨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했던 배우다. 어떤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에서 어긋나는 사람과 하고 싶었다. 그게 이선균이었다. '나의 아저씨'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리 났었는데, 그런 선균씨를 보면서 저분이 다른 걸 하면 되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상할 수 있지만, 악은 솔직히 자기가 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우리의 취향은 누군가에 의해 조절된다. 우리는 알고리즘이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스라이팅 같은? 그 사람들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겠다는 믿음 아래에서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캐릭터였으면 했다. 밉지 않은, 악이지만 사악한 사람이 아닌.
선균씨가 하면 정말 새로울 거 같고, 일차원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거 같았다. 선균씨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보스상륙작전'(감독 김성덕)이란 영화가 있다. 거기서부터 봐왔다. 그리고 '드라마시티: 연애'(2005)가 있는데 꼭 보라. 거기 보면 조나단이 보인다. 거기서 되게 찌질한 남자로 나오는데, 정말 웃긴다.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범우 역 공명도 제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 냈다. 김범우에 맞는 사람을 계속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카페에서 만났다. 그런데 너무나도 해맑게, 예의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순수하게 머리를 긁으면서 "안녕하세요" 하는데 "저건 범우다"라고 생각했다.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선균이 조나단으로 처음 등장하는 신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건 한 3 정도다.(*참고: 이원석 감독 코미디 분류에 따르면 제일 편안한 코미디가 10, 극 병맛이 1이다) 내가 설득한 게 아니고, 선균씨가 "이게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고 하면서 한다. 진짜 열심히 한다. 태권도 도복, 그것도 너무 창피하다면서도 열심히 한다. 태권도 신 찍어놓은 것도 진짜 별 게 다 있다. 혼자 격파부터 시작해서, 시키지도 않았다. "이런 것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혼자…. ▷ 원래 오프닝 신도 태권도 도복이 아니라 시나리오에는 삼각팬티를 입는 걸로 나와 있었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드러워서(*참고: 이선균의 표현대로 '더러워'가 아니라 '드러워'로 그대로 인용한다) 못하겠다고 해서 태권도 도복으로 바뀐 거라고 하더라. 그 신은, 좀, 많이 힘든 신이었다. 사실 그건 굳이 안 했어도 되는 신이었다. 그렇게까지 안 했어도 되는데…. 빤스(*참고: 이 역시 감독의 표현을 그대로 옮긴다)만 입고 나오는 건, '섹시 비스트'(감독 조나단 글래이저)라는 영국 영화가 있다. 그 영화 포스터에 노란색 삼각 빤스만 입고 선탠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그렇게 웃겼다. 그런데 그건 죽어도 자기가 못하겠다고 그래서 그 신은….영화 '킬링 로맨스' 황여래를 나락 가게 한 '낯선자들'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하늬의 장인 정신이 만든 '황여래'
▷ 영화에 이하늬의 솔로 뮤지컬 신이 등장하는데, 마치 디즈니 라이브 액션을 보는 듯했다. 제일 중요한 게 하늬씨가 부른 '제발'이란 노래다. 정말 하늬씨가 고생했다. 하늬씨를 보면 정말 감동이었던 게, 보는 사람으로서 이건 정말 장인이구나 싶었다. '제발' 신은 감정도 그렇고, 어려운 신이었다. 진심으로 부르고 싶다고 해서 실제로 직접 노래도 불렀다. 그런데 세트다 보니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시멘트로 지었어야 했는데…. ▷ 그럼 그 장면 노래는 어떻게 한 건가? 암튼 발자국 소리도 나고 해서 그걸 6번인가 7번 불렀다. 그걸 못 쓰겠구나 생각하고 다시 녹음했는데, 그때 그 감정이 안 살아나는 거다. 그걸 음악 감독님이랑 사운드 감독님이 아셨는지, 일일이 다 닦은 거다. 원 목소리와 감정을 살리려고 발자국 소리 등을 다 닦아냈다. 그래서 근래까지 사운드 작업을 다시 한 거다.영화 '킬링 로맨스' 성공한 사업가이자 환경운동가 조나단 나(JOHN NA) 프로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선균의 페르소나 '조나단 나'(JOHN NA)
▷ 조나단을 연기한 이선균을 정의해 보자면? 난 솔직히 조나단 나(JOHN NA)는 이선균 배우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제일 즐겼던 거 같다. 너무 열심히 했다. 밤새워 연구해오고. 그 캐릭터 하겠다고 꼬랑지 머리를, 괜찮다고 했는데도 한 달 전부터 하고 다녔다. 그래서 굳이 저럴 필요 있었을까 했는데, 그렇게 열심히 했다.
아직도 생각난다. 첫 신 딱 찍고 "좋았어!" 하고 선균씨 등에 손을 댔는데 심장이 뛰는 게, 우와…. 너무 깜짝 놀랐다. 손에서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심장이! 그래서 와… 진짜 '레이니즘'이었다.(*참고: 감독의 설명대로 하면 여기서 '레이니즘'은 '지하철에서 그 노래를 들으면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은 느낌' 혹은 '막 세상이 내 것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뜻한다)영화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하늬에게서 장인 정신을 느꼈다면, 조나단을 연기한 이선균을 보면서는 어떤 희열 같은 걸 못 느꼈나?
희열을 느낀 사람은 없었을 거다. 다들 현장에서 걱정했다. 솔직히 다 걱정했다. 화낸 사람도 있었다. 분장팀은 '나의 아저씨'의 열혈 팬이었다. 분장실 들어가면 분장팀이 이렇게까지 가야 하냐고 막 그랬다.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 했다.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고, 불안했다.
난 그래서 선균씨한테 나이스하게 이야기한 것도 있다. 내가 "거기까지 가라고 내가 한 거 아냐" "너무 간 거 아닐까?" 이야기할 정도였다. (속삭이며) 선균씨의 페르소나라니까, 조나단이…. 선균씨는 되게 웃기다. 사람이 되게 똑바르고, 건전하고. 농구하는 동네 형처럼 인간적이고 되게 좋다. ▷ '킬링 로맨스'가 배우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나? 난 현장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현장은 텐션이 중요하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느낌일 텐데, 그걸 할 수 있게 모두 하나 되어 용기를 주는 거다. 여기까지 가면 안 되겠지만, 죽는 날에 이걸 생각하며 "우리 그때 재밌었구나" 그런 거였으면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