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직장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몇 번 했어요." 직장인 A씨는 5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5년 간 외로운 싸움을 하며 증거들을 모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겨우 인정 받았는데,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A씨는 동료들에게 함께 하자고 했지만 이들이 거부해 더욱 힘들었다고 밝혔다. 괜히 일을 시끄럽게 만들었다고 뒤에서 욕하는 이들도 있어, A씨는 직장을 다니는 것이 '지옥'이라고 했다.
#B씨는 팀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뒤, 회사에 신고했다. 회사 인사과는 가해자와 분리해주겠다며 재택근무를 하라 했고, 1년 넘게 B씨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앞서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이 안 된다고 하던 회사는 말을 바꾼 후 아직까지도 '조사 중'에 머물러 있다. B씨에게 인사위원회에 나와 진술을 하라고 하더니, 1년째 인사위원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가해자인 팀장은 B씨에게 최하 고과를 부여해 B씨의 연봉은 동결됐고, 평판은 하락했다. 그렇다고 다른 부서로 갈 수도 없게 됐다. B씨는 이처럼 2차 가해에 시달리는 자신을 회사가 모른 척 하고 있다고 말했다.
5·1 노동절 133주년 노동절을 앞두고, 직장인들이 여전히 직장 내 갑질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인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3대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 '야근' 과 '징계 및 해고'였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1월 1일부터 4월 26일까지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총 607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제보가 372건(61.3%)으로 가장 많았고, 노동시간 혹은 휴가 문제, 그리고 징계·해고 문제 제보가 각각 168건(27.7%)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임금 문제 제보는 139건(22.9%), 근로계약 관련 제보가 88건(14.5%), 젠더폭력 관련 제보는 55건(9.1%)이었고, 근로감독관 제보도 46건(7.6%)에 달했다.
직장인들이 겪는 갑질 유형 중 1위를 기록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 372건을 살펴본 결과 '따돌림·차별·보복'이 196건(52.7%)으로 가장 많았고, '폭행·폭언'도 159건(42.7%), '부당지시'는 125건(33.6%), '모욕·명예훼손'은 110건(29.6%), '업무 외 강요'도 31건(8.3%)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 10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것이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이를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제보 건수 372건 중 163명(43.8%)만이 신고를 했고, 이들 중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들은 75명(46.0%)에 달했다.
107명(65.6%)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는 회사가 신고를 접수하고도 직장 내 괴롭힘 법이 명시하는 조사·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는 '신고 즉시 조사를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징계하고, 비밀 누설을 금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신고자 3명 중 2명은 자신의 회사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전했다.
괴롭힘 다음으로 흔한 직장 갑질 유형은 '야근'과 '징계·해고'였다. 특히 포괄임금제가 악용돼 야근수당을 받지 못한 채 야근을 일삼고, 연차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 C씨는 "포괄임금제로 계약했는데, 회사에서 임금은 그대로 하되 앞으로 매주 토요일에 4시간을 추가로 근무하라고 한다"며 "내가 포괄임금제에 동의하고 계약했으면 연장수당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거냐"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5·1 세계노동절 133주년을 앞두고 여전히 직장인들이 지옥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옥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법 위반 삼진 아웃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불법야근, 부당징계 등 노동법 위반으로 3회 이상 신고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신고를 이유로 보복을 가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위반으로 신고된 사업장은 조치 의무 위반 시 최대 500만 원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또 "노조, 노동사회단체, 노동자가 근로감독을 요청한 경우나, 노동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피해사례를 선정해 실시하는 기획감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