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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봉지냐" 정진상측 추궁에…유동규 "마음이 아파" 울먹

법조

    "어떤 봉지냐" 정진상측 추궁에…유동규 "마음이 아파" 울먹

    유동규, '정진상 뇌물' 공판에 증인 출석
    "정진상으로부터 아는 사람 채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받아 채용"
    '돈 전달 상황'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변호인 추궁에 고통 호소…"마음 아프다"
    검찰면담·유도신문 놓고 양측 언쟁

    왼쪽부터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왼쪽부터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유씨는 돈을 담은 봉지의 색깔을 묻는 정 전 실장 측의 집요한 질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유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 준비 과정에서 민간업자 측 사람을 성남도공에 취직시키는 과정을 정 전 실장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대장동 민간업자 성남도공 취직 과정 정진상에 보고"


    검찰은 이날 오전 공판에서 "2014년 12월에 원활한 정보공유 소통을 위해 남욱이 잘 아는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가 공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유씨는 "있다. 아는 사람 채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받아 그대로 채용했다"고 답했다.
     
    유씨는 두 사람의 채용 과정을 정 전 실장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력서까지 가져가서 보고했다"며 "정민용이 국민의힘 보좌관 출신이라 국힘 정보 혹은 역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하니 정진상이 '좋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또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대장동 업자들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사실을 정 전 실장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로부터 (성남시에서 결정하는) 용적률 180%, 임대주택 비율 15%로 설정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을 때도 정진상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어떤 봉지에 현금 담겨있었냐"고 추궁하자 울먹인 유동규

    취채진 질문에 답하지 않는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취채진 질문에 답하지 않는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이날 오후부터 진행된 정 전 실장 측 반대신문에서는 이같은 증언의 신빙성을 깨기 위한 변호인들의 신문이 이어졌다. 정 전 실장 측은 2014년 유씨가 정 전 실장에게 건넸다는 5천만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돈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한 자금이었다고 한다.

    유씨는 "(정 전 실장이) 집 1층으로 나오라고 해서 (돈을) 줬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어 같은해 받은 1억에 대해서는 5만원권이 500만원 단위로 고무줄로 묶여있었다고 하거나 쇼핑백 크기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유씨가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정 전 실장에게 건넨 돈에 대해서는 헷갈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정 전 실장 측은 "방금 법정에서는 5천만원은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며 김만배로부터 받은 1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헷갈렸다는 거냐. 기억이 구체화된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어 "기억 안 나면 안 난다고 하면 될 텐데 검찰에서 원래 그렇게 기억나지 않아도 기억을 보충해 떠올려서 하느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재판부마저 유씨에게 "기억나는 대로 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유도신문 여부와 조서를 남겼는지 여부를 놓고 양측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변호인이 "검사의 신문 중 상당부분 유도신문이 있었다"고 하자, 검찰 측은 "증인의 기억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씨에 대한 검찰 측 면담조사에서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됐는지 여부에 대해서 정 전 실장 측이 문제삼자, 유씨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 면담 과정에서는 조서가 작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에서 검찰 면담에 대해 문제삼으려는 듯한 신문을 이어가자 검찰 측에서는 "수사기록에 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한 서류, 어떤 면담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수사 보고로 기록해놨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면담 과정에서 유씨를 회유하면서 유씨가 증언을 갑자기 바꾸게 됐다고 암시하는 듯한 질문을 해왔는데, 검찰에서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유씨도 "증언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 죄를 받기로 했고, 모든 것을 판사님 앞에서 말하겠다고 누차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판은 유씨가 증언 중 고통을 호소하며 마무리됐다.

    유씨는 정 전 실장 측에서 2019년 건네진 3천만원이 어떤 봉지에 담겨 전달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묻자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기억 나지 않으면 나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하자, 유씨는 "그게 아니고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결국 유씨는 쉬고 싶다며 더 이상의 증언을 거부하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마무리하고 오는 9일 유씨를 다시 불러 반대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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