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궁이 3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으면서 공격의 배후와 목적을 둘러싼 관측이 무성하다.
러시아는 즉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암살을 노린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며 보복을 벼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크렘린궁도 안전하지 않다'는 심리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공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누가 공격을 했든지 보복 공습으로 이어지면서 전쟁이 최악의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크렘린궁은 드론 2대를 격추시킨 사실을 발표하며 계획된 테러 행위이자 대통령의 목숨을 겨냥한 시도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을 언급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은 "젤렌스키와 그의 패거리들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를 방문중이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전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러시아가 자국민의 시선을 분산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이런 일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공습경보가 울린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에서 목격된 폭발. 연합뉴스전현직 미국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러시아가 '거짓 깃발(false flag) 작전', 즉 위장 전술을 썼을 가능성을 전했다. 미국 국방외교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자국민에게 전쟁의 명분을 강조하고 더 광범위한 동원령을 내리기 위해 이번 공격을 꾸몄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실제 푸틴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시도 보다는 러시아를 조롱하는 심리전 차원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영리 연구기관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연구 프로그램 전문가 새뮤얼 벤뎃은 '크렘린궁 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만약 이번 공격을 단행한 것이라면 14개월간의 전쟁 기간 중 러시아의 가장 난처한 실패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지 이번 공격은 푸틴 대통령에게 확전의 구실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크렘린궁이 공격 받은 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공습을 시작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