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지는 가운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안은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감염병 경보가 '심각'인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해 왔는데, 6월 이후로는 '불법' 딱지가 붙게 된 것이다.
당국은 경보 하향과 동시에 시범사업을 통해 법적 공백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재진 중심'이란 기본방향 외 세부 내용은 아직 안갯속이다.
안전하고 원활한 비대면 진료 시행을 위해서는 수요별 이용행태를 더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관련 비대면 진료는 대개 집 근처 의료기관을 통해 이뤄진 반면
일반 환자는 '주소지 밖' 병원에서 통화 등으로 진료를 받은 비율이 확진자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확보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의료기관 소재지별-환자 주소지별 비대면진료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월~2022년 말 건강보험 진료건 중 '비대면 진료' 청구건수는 총 3414만 건이다.
집계 시점에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를 뺀 3367만 건을 분류한 결과,
코로나 진료건수(2677만 9828건)가 약 80%로 나타났다. 비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 비대면 진료는 688만 6577건으로 집계됐다.
진료개시일 기준 2020~2022년 건강보험 진료건 중 비대면 진료건 청구현황에서 발췌한 '코로나 환자 비대면 진료 현황'.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재구성한 건보공단 자료 임상증상이 가벼워
자가격리를 하며 '대증 치료'에 주력한 코로나 확진자 등은 관내 비대면 진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1차 의료기관을 재택치료 거점 삼아 진단부터 처방까지 가능한 '원스톱 진료기관'을 운영한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거주지 인근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확진자 및 의심환자(관할 주소지 내 진료)는 93%(2499만 9864건)로,
그 외 지역 병원을 이용한 경우는 7%(177만 9964건)에 불과했다. 코로나 환자의 관외 진료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14%·18만 251건 중 2만 4509건)이었다.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전남과 울산은 각각 8%, 5% 정도에 그쳤다.
코로나19 관련 비대면 진료건을 제외한 '일반환자 비대면 진료 현황'.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코로나가 아닌 질환이나 건강상 문제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상황이 사뭇 달랐다.
같은 기간 진행된
일반 비대면 진료는 거주지 관할지역이 아닌 의료기관 진료비율이 21%(147만 5086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관련 비대면 진료에 비해 '주소 밖' 비율이 3배인 셈이다.
전체 대비 79%(541만 1491건)는 주소지 내 병원이었다.
관외 비대면 진료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곳은 전남으로 무려 41%(19만 4009건 중 7만 9149건)가 타 지역 병원을 이용했다. 전남은 호남권 안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자체로,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의해 울산, 세종과 함께 필수의료 공백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 △강원(32%·14만 3822건 중 4만 6238건) △충남(29%·26만 9815건 중 7만 8365건) △경북(29%·49만 4135건 중 14만 2370건) 등이 30% 안팎으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른 지역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역시 서울(64만 7039건)이었다.
전체 관외 수요의 약 44%에 달하는 비중으로 부산(6만 4100건)의 10배 수준이다.
이들로부터 서울 병원들이 벌어들인 진료 수익은 약 176억 1900만 원이다.
확진자 상담·처방이 대다수인 제한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수도권 및 대형병원 쏠림에 대한 우려가 일부 확인된 것이다.
인프라가 열악한 도서·벽지 주민 등에게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접근성 제고'라는 순기능을 수행하려면 대면-비대면 진료 연계 등 시스템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기단계 하향에 이어 코로나 감염병 등급이 독감과 같아지는(4급) 하반기 이후로 비(非)코로나 관련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을 감안하면 비대면 진료도 유형별로 더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현영 의원은 "감염병 시기에 활용된 비대면 진료도 진료 목적과 대상에 따라 의료이용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며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논의가 충실히 이뤄지려면,
기존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동네 의원 접근성 제고를 위한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 목적의 비대면 진료 활용가치를 (각각)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달 중 당정 협의 등을 거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획을 마련한 뒤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