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사직한 부산교통공사 한문희 전 사장.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캡처부산도시철도 관리를 책임지는 부산교통공사 사장이 다른 공공기관 대표직 공모에 나선다며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두고 돌연 사퇴하자 지역사회에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임 사장 역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물러난 바 있어 부산을 중앙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25 부산CBS노컷뉴스=부산교통공사 한문희 사장, 임기 절반 남기고 사의…"코레일 사장 지원"]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시는 25일 한문희 부산교통공사 사장의 사직을 승인했다. 한 사장은 한국철도공사 대표직 공모에 나선다며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식적인 사의를 표명했다. 부산시에는 이보다 먼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장은 지난 2021년 11월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한 부산시의회가 인사 검증 특위에서 한 사장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부산시와 시의회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했다. 사장 임명 이후에도 부산지하철노조가 출근 저지에 나서며 사장 임기는 진통 속에 시작됐다.
이처럼 한 사장은 각종 어려움 끝에 취임했지만 불과 1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부산교통공사 사장 임기는 사장직 수행 이후 평가 결과에 따른 연장 기간까지 더하면 모두 3년이다. 전체 임기의 반환점을 갓 지난 시점에 또다시 뒷말을 남긴 채 사퇴한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동렬 경영본부장 직무대행 체제로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관련 절차를 거치려면 사장 공백은 최소 3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 관계자는 "오늘(25일) 부산시가 사직을 승인한다는 문서를 보내왔다. 곧바로 경영본부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고, 사장 공모 절차를 준비할 예정"이라며 "사장 모집 공고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인사검증 등 절차를 거치려면 2~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공사 제공
부산교통공사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전임인 이종국 전 사장도 2021년 임기를 6개월가량 남기고 직을 내려놓은 뒤 SR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2명의 사장이 임기 중에 잇따라 사퇴하면서 공사 안팎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 사장 모두 중앙 기관 대표로 자리를 옮기거나 지원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위해 부산을 '발판'으로 여긴 게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특히 지난 14일 부산도시철도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나 노후 전동차 교체 등 현안이 남은 상황에서 중도 사직한 것은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부산지하철노조 관계자는 "사장의 개인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부산을 발판 삼아 수도권이나 중앙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이어진 것은 지역 사회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평역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한 뒤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등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장직을 내려놓은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소 수개월 동안 사장없이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여러 부담과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