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원(왼쪽), 황은희 부부. 연합뉴스일명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고인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9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35), 황대한(35), 연지호(29)와 유씨·황씨 부부 등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강도방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경우의 아내 허모씨를 제외한 피고인들은 모두 법정에 출석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이날 법정에서 "납치와 살인은 피고인들과 무관한 범행"이라며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했다.
범행 과정을 주도한 이씨 측은 "강도 범행은 인정하지만 살인을 모의하지 않았고 살인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 사체유기 혐의도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권유로 범행에 가담한 황씨 측은 "강도 범행은 인정하지만 살인을 처음부터 공모했다거나 피해자의 사망을 의도하고 마취제를 주사한 것은 아니다"라며 살인 관련 혐의는 부인했다.
또 다른 공범인 연씨 측은 "강도살인과 강도예비 등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2020년 10월 A씨의 권유로 30억원이 넘는 돈을 P코인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부부가 A씨에게 앙심을 품은 사실을 알고 지난해 범행을 제안했고, 부부는 이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황씨와 연씨를 범행에 끌어들인 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씨를 납치해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씨의 배우자 허씨는 이씨에게 범행 도구로 사용된 주사기와 마취제를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검찰 측 증거에 대한 피고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오는 2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