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제공 CBS가 주최하는 2023 빈 심포니 내한공연이 지난 14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2천 여 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초여름, 베토벤의 열정 가득한 음악에 흠뻑 빠졌다. 2시간 여의 연주가 끝난 후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이날 공연은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 장한나(41)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과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들려줬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착석한 후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6)가 등장했다.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리우는 깊이 있는 곡 해석 능력과 기품 있는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은 베토벤이 귓병의 고통을 새로운 창작열로 승화시킨 1800년경 탄생한 작품이다. 리우는 강력한 힘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이 곡을 악보도 없이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1악장은 유려한 카덴차(독주자가 기량을 선보이는 시간)를 뽐냈고 2악장은 현악기의 부드러운 선율과 정교한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졌다. 3악장은 피아노와 목관악기들이 대화하는 듯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50여 분간의 연주를 끝내고 퇴장했던 리우는 관객들의 환호성 속에 다시 등장해 앵콜곡 '엘리제를 위하여'와 '쇼팽 에뛰드 op.10 no.5'를 소화했다. 경쾌하고 생기 넘치는 그의 연주 덕분에 공연장의 열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포디엄에 선 장한나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온몸을 움직이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협연자와 호흡을 맞췄다.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관객의 적절한 호응을 유도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베토벤은 생전 9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교향곡 제3번 '영웅'은 1802년 귓병이 악화해 두 동생 앞으로 유서까지 썼던 베토벤이 절망을 딛고 작곡가로서 새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1악장은 평화로운 선율 속에 뜻밖의 불협화음이 청각을 자극했고 장조와 단조를 오가는 2악장은 웅장미와 비장미를 동시에 풍겼다.
현악기와 오보에, 호른 연주가 기분 좋게 어우러진 3악장에 이어 곡의 분위기가 급변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던 4악장으로 연주가 끝나자 숨죽인 채 연주에 몰입했던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쏟아냈다.
이날 공연은 앵콜곡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피치카토 폴카'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