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 등을 촉구하며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연합뉴스정부와 의사단체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양측은 오는 27일 미래 의사인력 수급규모를 추계할 전문가 포럼을 열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수 부족이 '필수의료 위기'의 본질은 아니라며, 인력 확충을 논의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6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과 앞으로 이 부분(의대 정원 증원)을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오는 27일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객관적 근거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구체적 방안을 이끌어 내보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1월 2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8일 현안협의체 10차 회의에서 2025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다만,
의협 측은 적정한 의사인력 확충방안의 토대가 될 '과학적 근거'를 강조하고 있다. 또 설령 의대 정원이 확대되더라도 이 의사들이 실질적으로 지역·필수의료에 유입될 수 있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 포럼은 논의의 최대 쟁점인 '얼마나 늘릴 것인가'를 가늠할 의사인력 추계를 위해 개최된다.
박 2차관은 "(물론) 의사인력 확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의사인력 확충이 없으면 절대로 (필수의료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응급실 문제, '소아과 오픈런', 지방의료원의 구인난 등은 근본적으로 의사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대 정원 증원이
충분히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응급실 수용 거부 방지 관련 권역응급의료센터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박 2차관은 구체적으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병원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기 △의대생·전공의 시절부터 지역·필수의료 관련 경험을 쌓도록 교육·수련체계 개선 △근로 여건(업무량·경제적 보상) 개선 및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완화 등을 언급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지게 되는 법적 부담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고 본다. 전날 의정 협의체 회의에서도 이 부분이 안건으로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박 2차관은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절차에 들어가는 것들을 굉장히 괴로워하시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하고 예의를 갖춘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또 "이같은 정책 패키지가 같이 가야 필수의료 분야 인력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파급력이 큰 의대 정원 관련 논의를 이해당사자인 직능단체(의협)와만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와 관련해서는 "그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 2차관은 "다만, 당사자가 의료계기 때문에 우선 의료계랑 협의해서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그런 과정이 지나면
적절한 시기에 소비자나 환자 단체가 참여하는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이 아마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 이후 폐기된 간호법 사태의 후폭풍에 대해서는 "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관계자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1960년대 제정된 의료법 단일체계가 과연 적절한지 △돌봄현장에서 의료와 간호의 역할·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진료보조(PA) 간호사의 불명확한 업무범위 등 3가지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다고도 진단했다.
박 2차관은 "의료법과 관련해선 체계 개편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용역이 끝나면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돌봄·의료와 관련해선
복지부 내에 1·2차관이 공동 단장인 의료돌봄연계추진단을 발족해 '노인인구 1천만 시대'에 의료돌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처방·시술 등 의사 업무를 암암리에 대리해온 PA 간호사들과 관련해선
"이달 중 임상전담간호사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부분은 좀 명확히 해나가는 조치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법 좌초에 반발해 시작된 대한간호협회의 '준법투쟁'이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환자들이 겪는 불편은 크지 않은 것 같다는 판단도 전했다.
한편, 박 2차관은 이달부터 시행 중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두고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법이 개정돼야 제도화되는 것"이라며 "입법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의약계, 환자·소비자 단체,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사항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