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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킬러문항' 배제 등 급조 지침에 수험생·교육계 '멘붕'

교육

    수능 '킬러문항' 배제 등 급조 지침에 수험생·교육계 '멘붕'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상사태'
    尹, 킬러문항 배제 등 급조 지침에…평가원장마저 사임
    수험생도, 학부모도, 학원가도 '멘붕'…"어떻게 바뀌는 지 혼란스러워"
    '4년 예고제' 위법 소지도…"예측 가능한 입시 필요"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킬러 문항', 즉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는 등 수능 출제 방향에 직접 개입한 데 이어,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까지 전격 사퇴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교육계까지 모두 혼란에 빠졌다.
     

    '킬러문항' 배제 등 급조 지침에…평가원장마저 사임


    혼란이 시작된 것은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수능 출제 방향을 진두지휘하고 나서면서부터.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공교육 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원칙을 지시했다.

    이튿날인 16일에는 대입 담당 국장인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을 임명 5개월 만에 경질했다. 교육계에서는 이 국장 경질에 대해 6월 수능 모의평가가 어렵게 출제돼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지난 19일 이 부총리가 당정 협의에서 수능에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이번 수능이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혼란이 증폭됐다.

    같은 날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규민 원장까지 전격 사퇴하면서, 이번 수능에 비상이 걸렸다.
     

    수험생도, 학부모도 '멘붕'…"어떻게 바뀌는지 혼란스러워"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당장 올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방향을 잃은 채 불안에 휩싸였다. 고3 수험생 오태희(18)양은 "12년 동안 오직 수능 하나만을 위해 달려왔는데, 수능 150일 전에 갑자기 이게(출제 경향이) 바뀌려고 조짐이 보이니까 막막한 느낌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킬러 문항'으로 수능이 판가름 나는 건데, 수험생 입장에서 '킬러 문항'이 있는 게 낫다. 그게 없어져 버리면 무분별하게 전체적으로 수준이 낮아지지 않겠냐"면서 "어이가 없고 황당하고, 지금이라도 공부 방법을 바꿔야 하나 싶다"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이모(18)양도 "정확히 어떤 기준에서 무엇이 어떻게 없어지는지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으니까 엄청 혼란스럽다"면서 "수험생 입장에서 (교육부가) 어떤 기준을 제시해주거나, 어느 범위에서 출제한다거나 이런 것을 확실히 해줬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수능에 도전하는 수험생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강원(19)군도 "(수능 출제 방향 지시를) 지금 6월 모의평가가 끝난 이 시점에 하는 것이 옳은 건지 모르겠다"면서 "(대통령의 출제 방향 지시를 보면)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현재 입시 기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재수생 김한동(19)군도 "너무 갑작스럽다"면서 "변별력 있는 문항이 없어지면 실수 하나로 등급이 갈릴 것 같아서, 수능이 학생들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학부모 A씨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입시가 왔다갔다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아이들이 중고등학생 때부터 이전 수능 기조에 맞춰서 공부를 했는데 그걸 지금 하루아침에 바꿔버린다고 하니, 학부모들은 전부 불만"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학부모 정유미(42)씨도 "지금 시점에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그동안 나름대로 (기존 기조에 맞춰) 목표를 가지고 해왔던 공부방식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학원도 선택해왔다"면서 "이제 학원을 바꿔야 할지 걱정"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4년 예고제' 위법 소지도…"예측 가능한 입시 필요"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학원가도 비상이 걸렸다. 목동의 한 과학학원 관계자 B씨는 "사교육 업계에 20년 넘게 종사했지만, 수능 5개월 남은 시기에 이렇게 닥쳐서 대통령이 수능을 건드린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면서 "원래 입시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1년 전에 입시 예고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전형을 발표하지 않냐, (수능 150일 앞두고)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강남의 재수종합학원인 대성학원에서 수험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양길봉씨는 "대통령이 관여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양씨는 "수험생들이 6월, 9월 모의평가를 입시와 수능을 위한 척도로 여기고 준비를 하는 데 그걸 무시한 것"이라며 "준비할 시간도 없이 지금 시점에 어떠한 방향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건 수험생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주는 것"라고 말했다.
     
    목동 입시학원 관계자 C씨 또한 대통령과 교육부의 행보에 대해 "모의평가가 한 번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조금 무책임하지 않나 싶고, 교육현장을 잘 모르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무대포로 먼저 방침을 발표해놓고 그다음에 어떻게 되나 보자는 식인데, 학생들에게 많은 타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학 입시 관련 사항을 미리 예고하도록 규정한 현행법까지 어겼다고 지적한다.

    현행 고등교육법(제34조 5항)은 "교육부장관은 시험의 기본 방향, 과목, 형식 등을 4년 전에 공표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른바 '4년 예고제'로, 수험생들이 수시로 바뀌는 대입전형에 대한 혼란을 줄이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행보는 이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메가스터디교육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4년 예고제'가 있지 않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능이 되어야 피해를 보는 수험생들이 사라진다"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바꾸려는 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도 "당초 3월 학기가 시작될 때 방향을 제시했거나, 수능 직후 나온 결과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을 때 이러한 지시를 내렸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면서 "수시 원서 쓰는 데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고민을 던져준 거고, 수능 준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도 또 동시에 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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