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결과를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모습. 황진환 기자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수사한 안미영(사법연수원 25기) 특별검사 수사팀이 일명 '전관예우'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핵심 관련자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위법하게 수집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군이 성추행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한 배경에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과 같은 대학 동문인 해군 법무실장 출신 변호사가 있다는 '전관예우' 의혹을 수사했으나,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 준항고 9개월 만에 인용 결정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A법무법인 소속 김모 변호사(전 해군 법무실장)가 청구한 준항고 사건에서 "김 변호사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사무실 직원의 사용한 PC에 대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안미영 특검팀은 지난 2022년 7월 김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김 변호사의 휴대전화 1대와 태블릿PC 1대, 사무실 PC 1대, 사무실 직원이 사용한 PC 1대 등을 압수했다.
김 변호사는 한 달여 뒤인 그해 8월 특검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성이 뚜렷하다며 준항고를 청구했다. 법원은 이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지난달 말 준항고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준항고는 판사와 검사, 경찰 등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변경을 요청하는 절차다.
특검팀이 압수한 김 변호사 관련 압수물은 △휴대전화 9만9233건 △태블릿PC 3373건 △사무실 PC 27건 △직원 PC 11건 등 총 10만2644건이다. 이 중 법원의 최근 준항고 인용으로 압수가 취소된 전자정보가 10만2617건(99.9%)이다. 실제 압수가 인정된 것은 김 변호사의 사무실 PC 속 정보 27건으로 사실상 압수수색 대부분이 없던 일이 된 셈이다.
법원 "특검팀, 영장주의·적법절차 중대 위반"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 류영주 기자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법원의 준항고 인용 결정문을 보면, 압수수색 당시 특검팀은 "김 변호사가 소속한 A법무법인이 고 이예람 중사 추행 사건의 가해자인 장모 중사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후 불구속 수사방침이 결정된 것과 관련해 A법무법인이 부당하게 수사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김 변호사와 전 실장이 특수 관계"라는 이유로 김 변호사를 압수수색했다.
법원은 "강제추행 사건 발생일인 2021년 3월 2일로부터 9개월 전인 2020년 6월 이후 생성된 모든 전자정보를 압수한 것이 부당하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특검팀이 영장주의에 반하는 강제수사를 진행해 김 변호사의 사생활 및 직업의 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됐다"며 "김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사건의 의견서나 항소이유서, 원천징수영수증, 가족관계증명서 등 추행 사건과 무관한 자료가 압수됐다"고 설명했다.
또 압수물 선별절차에도 문제가 있던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혐의 사실과 관련 있는 부분으로 선별 범위를 제한하려는 노력 없이 사실상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복제했다"며 "압수수색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별절차에 압수 당사자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압수수색이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으로 법원 결정에 대해 재항고했다. 김 변호사도 "준항고가 일부 인용이 아니라 전부 인용돼야 한다"며 역시 불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