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왼쪽)과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 연합뉴스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자신과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라 대표는 같이 기소된 측근 변모씨,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와 함께 지난달 12일 김 전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서울가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라 대표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김 전 회장이 주가를 낮춰 상속세를 줄이려고 공매도를 해 주가가 폭락했다며 '배후설'을 주장해왔다. 이번 소송에서도 김 전 회장이 공매도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목적으로 서울가스와 다우데이타 주식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 대표 측은 지난달 2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의 첫 공판에서도 "투자자, 피해자 등이 궁금한 것은 과연 누가 이 대폭락을 시켰느냐, 아무리 봐도 세력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세력이 누군지 알고 싶다는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 제기 역시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 자신들의 책임을 덜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라 대표는 2019년 5월부터 시세조종 조직을 만들어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우는 방식으로 약 7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9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들은 매매팀, 정산팀, 영업팀을 만든 뒤 투자자로부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기소된 라 대표의 측근 변씨와 안씨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총책 역할을 했다. 이들은 또 골프아카데미와 식당을 통해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외국의 골프장 등 부동산을 사들여 수수료를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