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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1.8조 사업 "내 단독"으로 취소했다는 장관…책임인가 만용인가

기자수첩

    [뒤끝작렬]1.8조 사업 "내 단독"으로 취소했다는 장관…책임인가 만용인가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독자적 최종 백지화 결정" 묻자 "물론이다"라고 답한 원희룡 국토부장관
    대통령 향한 야권의 의혹제기에 "정치적·인사권 책임"까지 지는 것이라 선언했지만
    1조8천억원 사업에 들어간 비용과 지역주민 피해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장관의 책무
    차기 대권 위한 포석 아니었느냐는 분석까지…어떤 장관이 될지는 원 장관의 몫

    CBS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CBS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장관님 독자적인 최종 백지화 결정인가 저는 그게 궁금했어요."
    "물론입니다."
     
    "대선 공약인데 대통령과 상의 없이 장관이 독자적으로 백지화 선언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장관은 정치적 책임까지도 지는 것이고요. 만약에 이 점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다면 저는 어떤 인사권의 책임까지도 저는 다 각오를 하고 제가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 겁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다음 날인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은 단호함을 넘어서 일종의 결기까지 느끼게 했다.
     
    대통령 일가를 향한 야권의 밑도 끝도 없는 의혹 제기가 정권 말까지 이어질 조짐이 보이니 주무부처 장관인 '내가' 다 책임을 지고 사업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이같은 종류의 결단은 정치권에서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선거전이 지나치게 네거티브로 흘러 유권자들의 공익을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든지, 의혹제기가 너무 심해 본질은 가린 채 정치적 비방전만 남게 되는 경우 논란의 당사자가 '내가 다 안고 가겠다'며 불출마나 탈당 등을 선언하곤 한다.
     
    하지만 원 장관은 현직 국토부 장관이다.
     
    정치인 출신이고,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개발사업과 건축, 도로, 항만, 교량 등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관리하는 국토부의 수장이라는 말이다.
     
    야권의 의혹 제기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정권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해서 1조8천억원이나 되는 규모의 사업을 통으로 날리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지 장관의 몫이 아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지만 대부분 대통령실을 통해서만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
     
    각 부처의 사업에 하나하나 간섭할 수 있지만 장관에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주무부처가 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공익을 극대화하도록 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같은 내각 구성이 장관으로 하여금 독단적인 판단으로 부처를 운영하라는 의미를 내포한 것은 아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석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객관적으로 비교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민주당의 의혹 제기로 입게 될 대통령 일가와 여권 인사들의 피해와, 백지화 결정으로 입게 될 서울과 경기도민들의 피해 중 전자가 더 클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을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한 2017년 이후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투입된 경제적·사회적 비용, 그리고 지역민들이 입은 상처 또한 원 장관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호기롭게 선언을 했지만 수도권 고속도로 노선의 존폐를 대통령실과 전혀 교감 없이 장관 혼자 결정했다는 말도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사업 선정부터 주민 의견 수렴, 예비타당성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다양한 단계를 거쳐 결정되는 2조원 규모의 사업을 주무장관의 말 한 마디로 중단시킬 수 있다면, 국회의원들이 그 동안 청문회를 거쳐 간 수많은 장관 후보자에게 '책임장관이 돼 달라'는 부탁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원 장관의 CBS 인터뷰 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재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원 장관의 발언이 단순히 보여주기용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
    원 장관이 대통령을 음해로부터 보호하겠다며 고속도로 건설사업 중단이라는 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윤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정치권 일각의 분석도 앞선 의혹과 결을 같이 한다.
     
    정치인은 중요한 순간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도박을 할 수 있다.
     
    특히나 대선은 국내에서 가장 큰 선거이자, 원 장관이 과거에도 도전했던 그의 꿈과 같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 장관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현직 장관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감이, 대통령을 위한 국토부의 역할을 고민하는 장관인지, 국민을 위한 국토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장관인지 판단하는 것은 원 장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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