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찾은 미국 재무장관 옐런. 연합뉴스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단절)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동시에 중국 당국의 희귀광물 수출 통제 등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맞서 싸우겠다며 중국에 대한 회유와 압박 카드를 동시에 내밀었다.
전날 오후 중국에 도착한 옐런 장관은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며 퇴임 후에도 시 주석의 경제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류허 전 부총리와 회동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현장에서도 만난바 있다.
옐런 장관은 이후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 자리에서 " "미국은 승자독식의 방식이 아닌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방문을 계기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가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며 "양국은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인 도전에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양국간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 총리와의 회동 전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옐런 장관은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안정적·건설적 관계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며 "고위급에서 직접적이고 명확한 의사소통 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양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이번 방중 목적을 설명했다.
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다양화를 추구하지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지 않는다"라며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의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방중 전인 지난달 1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중국과의 디커플링 시도는 재앙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막는 게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디커플링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재정부도 이날 옐런 장관의 방중 관련 성명을 통해 "양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상생"이라며 "무역 전쟁이나 '끊어진 사슬'에서 승자는 없다"고 디커플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양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상생을 위해 (미국이)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 정부가 원하는 우호적인 발언과 함께 중국의 경제 운용과 관련한 비판도 잊지 않으며 압박에 나섰다. 그는 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반도체 같은 기술에 사용되는 중요한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수출 통제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해당 조치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탄력적이고 다변화된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사례로 들며 최근 미국 정부가 디커플링 대신 대중 정책기조로 택한 '디리스킹'(위험 제거)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동시에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징벌적 조치가 특히 문제"라며 "미국은 미국 기업을 위해 공평한 경쟁의 장을 추구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응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등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