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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인재"…유가족들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에 울분

사건/사고

    "명백한 인재"…유가족들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에 울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장례식장 유가족들 분통
    "오랜만에 여행 간다고…친구 3명은 먼저 오송역에서 기다려"
    "747버스 원래 노선 아닌 곳으로 가…왜 막지 않았나"
    "학생들 먼저 대피시키던 선생님"…결혼 2개월 초등교사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안모(23)씨의 빈소. 임민정 기자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안모(23)씨의 빈소. 임민정 기자 
    "친구 5명이 아침 일찍 여수에 가려고 KTX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대요. 친구 3명은 미리 도착해 있었고 우리 조카랑 친구는 시내버스 타고 가다가 이런 일이…"

    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하나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유가족들은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은 명백한 인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고로 조카 안모(23)씨를 잃은 이경구(49)씨는 "어쩔 수 없는 재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인재"라며 "(지하차도 앞에) 차량 통행 방지 '꼬깔콘' 두 개만 갖다 놨으면 차들은 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침통해했다.

    외동딸인 안씨는 경기도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다 최근 고향 근처로 내려와 직장을 구했다고 한다.

    그는 "조카가 사고 당일 오전 8시 30분쯤 엄마에게 전화해 '여기 버스가 이쪽으로 안 가고 다른 쪽으로 가네. 물 엄청나게 많이 들어와'라고 했다더라.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고개를 떨궜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들의 배수 작업과 동시에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 인양 뒤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오송=박종민 기자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들의 배수 작업과 동시에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 인양 뒤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오송=박종민 기자
    안씨와 함께 버스에 탄 또 다른 친구도 오송역에 먼저 가 있던 친구에게 전화해 "기사 아저씨가 빨리 탈출하라고 한다"며 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국의 미흡한 대처도 지적했다. 그는 "현장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본인들이 판단했을 때는 넘칠 정도의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며 "짧은 시간에 물이 넘어올 줄은 몰랐으니까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 호우특보가 내려졌으면 막아야 하지 않느냐. (이럴 거면) 왜 모니터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안씨와 같은 버스에 타 있던 피해자 조모(33)씨 유가족도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고향을 떠나 청주시에서 3년 차 회사원으로 자리 잡은 조씨는 부모님의 유일한 아들이었다.

    조씨의 이모부 A씨는 "(조씨) 부모님은 상주에서 호두빵 장사를 하며 검소하게 사셨는데, 조씨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잘해드렸다"며 "너무 안타깝고 한번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슬퍼했다.

    A씨는 사고 수습과정에서 경찰과 지자체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서에서 어떤 답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시청이든 누가 답이라도 줘야 이해라도 하지 않겠느냐"며 "초기대응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747버스 노선이 급하게 바뀐 것을 두고도 답답해했다. 그는 "버스 노선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누군 지시를 내렸을 텐데 그 사람이 왜 이렇게 지시를 내렸는지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들의 배수 작업과 동시에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 인양 뒤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오송=박종민 기자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들의 배수 작업과 동시에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 인양 뒤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오송=박종민 기자
    이번 사고로 30대 초등학교 교사 김모(30)씨도 목숨을 잃었다. 그는 결혼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으로 사고 당일 임용고시를 치르러 가는 처남과 함께 지하차도를 지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학교 제자라는 A양은 "학교에 (화재 경보) 사이렌이 잘못 울리거나 하면, 항상 먼저 우리들 먼저 대피하라고 하고 밖으로 내보내 주셨던 선생님이셨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학생도 "어제까지만 해도 계속 웃으셨는데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씨의 고등학교 친구인 B씨는 어젯밤부터 유가족과 함께 고인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2개월 전 친구가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서울에 있는 우리 집을 방문했다"며 "붙임성이 좋고 쾌활하던 친구였고, 교사로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사람"이라며 말을 꺼냈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친구는 휴지로 눈물을 훔치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같은 날 청주 하나병원 응급의료센터 앞과 병원 로비에는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모여있었다. 이곳은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수습된 실종자들이 구조 후 옮겨지는 병원으로 실종자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가족은 구급대원에게 아이 이름을 부르며 "아직 소식이 없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하얀 천에 덮인 시신이 구급차에서 내리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전날 오전 8시 40분쯤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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