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연합뉴스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양측에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지출한 금전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최태원 회장이 동거인에게 쓴 돈이 있다면 그 내역을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해당 재판부는 다른 이혼소송에서 '부정행위'에서 비롯된 재산 감소를 엄격히 따져 재산분할 비율을 조정하는 판결을 한 바 있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달 이혼 소송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측에 석명준비명령을 했다. 석명준비명령이란 재판부가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당사자들에게 추가적인 자료나 설명 등을 요구하는 절차이다.
재판부는 양측에 1988년 결혼 당시 보유했던 재산은 물론, 이후 20년이 넘는 혼인기간에 취득하거나 처분한 재산 내역을 설명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할 대상 재산을 엄격히 살펴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재판부가 양측에 가족 5명을 제외한 '제3자'에게 지출한 금전 내역도 공개하라고 요구한 점이 눈에 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슬하에 2녀 1남, 총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사실상 최 회장이 동거인으로 지목된 A씨에게 지출한 금전 내역이 있다면 이를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혼인기간 중 '부정행위'에 따른 재산 감소분이 있다면 향후 재산분할 비율을 산정할 때 반영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앞서 같은 재판부는 올해 1월 다른 이혼 소송에서 부부의 재산을 50% 대 50%로 분할하라고 판결한 1심을 깨고, 부적절한 행위로 소송을 당한 배우자의 몫을 5%포인트(p) 낮추고 대신 원고의 몫을 그만큼 높였다. 재산분할 비율은 원고 55%, 피고 45%로 조정됐다.
재판부는 "2년 동안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수천만 원을 송금하거나 함께 소비한 사정을 분할대상 재산의 범위나 분할 비율 등에 반영해야 한다"며 "피고가 부부공동재산을 유출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1심이 인정한 피고의 재산분할 비율 50%는 너무 높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최근 이 판결의 의의와 쟁점 등을 추가로 분석한 자료를 법원 내 가사소년재판부 동료 판사들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자료에서 "부정행위에서 비롯된 재산 감소나 (부정행위) 상대방의 재산 증가 등의 사정을 재산분할의 대상 재산의 범위, 분할비율 등의 산정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법원에서도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을 통해 우리 재판부의 입장을 수긍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 특별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이 사건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1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지난해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 원, 재산분할로 665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부부가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노 관장은 3억 원의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1억 원 지급 판결이 나왔고, SK 주식에 대해서도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란 판결이어서 사실상 최 회장이 완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