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으로 경찰특공대까지 동원되는 등 치안수요가 급등했다. 여기에 태풍 '카눈' 대비와 '잼버리' 대원 안전관리에도 대규모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
경찰 내부에선 '과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전방위적 업무에 경찰을 동원하는 '경찰 만능주의'가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최근 신림역과 서현역 등지에서 잇따라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4일부터 특별치안활동에 돌입했다. 공항과 주요 지하철역에는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배치됐다.
서현역 사건을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1495명(8일 기준)을 투입해 범죄 예방교육과 순찰 등 치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지역을 겨냥한 살인예고글이 게시될 경우 경력을 배치해 검문검색도 실시하고 있다.
잼버리에 태풍도 경찰 몫…"버티지 못하고 터질까 걱정"
이처럼 현장 경찰관들의 피로도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잼버리 안전관리나 태풍 대비 업무에마저 경찰이 투입되자 내부에선 과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경찰은 각종 미비점이 드러나며 파행된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자, 지난 8일부터 숙소에 경력을 배치해 24시간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남부청의 경우, 잼버리 안전대책이 시작된 지난 8일 622명, 9일 412명, 전날 368명이 투입되는 등 사흘 동안 1400여명의 경력이 가용되고 있다.
경찰관이 현장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여기에 한반도로 북상한 태풍 '카눈'은 현장 경찰의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전날 카눈이 한반도에 진입하자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은 비상근무를 발령했다. 제주와 부산과 경북, 강원경찰청 등은 가용 경찰력 100%를 동원하는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돼서 이미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데, 생각지도 않았던 잼버리에 태풍 대비까지 투입됐다"며 "흉기난동 이후 조직이 많이 예민해진 상태인데, 버티지 못하고 터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만능주의' 다시 시작…"부득이한 상황"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성남=박종민 기자일각에선 '경찰 만능주의'가 다시 시작됐다는 비판도 있다. 경찰 내부망인 '폴넷'이나 온라인 경찰 카페에서는 "국내 발생하는 모든 일은 경찰의 책임", "경찰 만능주의 탈피한다면서 이게 맞다고 보나" 등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보면, 결국 경찰만의 잘못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경찰이 최일선에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게 잼버리같은 현장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현장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엄한 곳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잼버리 현장에서 선행을 한 경찰관의 미담에마저 비판적 시각이 따라붙는 것이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선 힘들다고 악을 쓰고 있는데, 정작 지휘부는 외부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정부에 잘 보이려는 꼼수는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일선 현장의 피로도를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사정상 부득이하게 경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들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잼버리나 태풍 등 현재로선 경찰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과거 경찰은 개입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이제는 경찰의 역할과 경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국민의 신체나 재산이 위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