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 수색 중 숨진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원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었는데요. 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얼마 전 보직해임되고 항명 혐의로 국방부의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박정훈 단장, 계급은 대령인데요. 오늘 카메라 앞에서 입장을 밝혔는데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고, 자신에 대한 수사는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형준 기자, 일단 오늘 박정훈 대령이 밝힌 내용부터 정리를 좀 해 주시죠.
[기자]
박 대령은 오늘 오전 10시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서 항명 혐의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요, 9시 30분에 검찰단 건물까지 오기는 왔는데, 수사를 거부하겠다면서 기자회견을 한 뒤에 다시 돌아갔습니다.
오늘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직접 한 번 들어 보시죠.
"오늘 저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합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하였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앵커]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불법적으로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 이런 주장인데, 자초지종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지난 7월 30일 박 대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합니다. 바로 다음 날 이 장관은 '경찰에 이첩하는 걸 보류하라'고 지시를 하는데요.
이 지시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통해서 전달됐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인데 정작 박 대령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바가 없다', 이런 입장이거든요.
박 대령은 31일 오후 4시, 다음 날이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만나서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경찰에 이첩할 수사 서류 중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고 수사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말고 조사로 정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축소·왜곡 수사로 문제가 된다', 이렇게 건의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8월 2일, 이첩하기 전에도 그 사실을 보고했고, 오전 10시에 이첩한다고 했고 사령관은 '알겠다'고 했다면서 '이첩하는 도중에 사령관이 멈추라고 했는데 그때는 이미 이첩을 하고 있었고, 경찰에 나가 있는 광역수사대장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덧붙이면서 '결론적으로 명시적인 지시를 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형준 기자[앵커]
그렇기 때문에 이첩을 보류한 자신이 항명한 게 아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반면 해병대는 오늘 입장을 내고 7월 31일 정오쯤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시를 받아서, 당일 오후 4시 참모회의를 열고 장관이 해외 출장에서 복귀한 뒤 조사 자료를 보고하고 그 뒤에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며 박 단장의 주장이 허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어쨌든 다음 날인 8월 1일, 박 대령은 자신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과실치사에 관련된 혐의사실이나 혐의자를 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첩 보류 지시가 명백히 있었냐 없었냐, 이것도 일단 한 포인트인데 그 다음, 국방부가 과실치사와 관련한 혐의를 축소하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거든요,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전화를 해서… 여기서 말하는 과실치사에 관련한 혐의자, 이 부분은 누구를 말하는 거죠?
[기자]
고 채수근 상병의 소속 부대였던 해병대 1사단을 지휘하는 임성근 소장입니다.
직접적으로 임성근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박 대령이 오늘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언급했는데요. "사단장을 직접 빼라고 한 적은 없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법무관리관과 통화에서 "묵시적으로 그렇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앵커]
명백한 지시를 들은 건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느꼈다.
[기자]
사실상 그렇게 느꼈다.
[앵커]
왜죠?
[기자]
당시 통화에서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박 대령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했다는 겁니다.
박 대령은 여기에 대해서 자신이 그건 협의, 즉 좁은 범위에서 얘기고 자신은 '사단장과 여단장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어차피 경찰에 이첩을 해야 되니 경찰이 최종 판단을 할 것이다', 여기서 경찰은 민간 경찰입니다. 군사경찰이 아니고. 그러면서 '외압으로 느낀다'는 식으로 반박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서 '그건 박 대령의 해석이고 법무관리관은 원칙을 설명했다'는 얘기라고 합니다. 당시 법무관리관은 혐의사실이나 혐의자를 몰랐는데 박 대령이 '원칙에 해당하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냐'고 물으니까 '해당된다면 그게 맞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앵커]
근데 뭔가 좀 해명 내용이 약간 말장난 같은 느낌도 드는 게요, 이게 '사단장과 여단장을 제외하라고 직접 지시하진 않았다', 그런데 '대대장 이하를 말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맞다', 이렇게 답했다는 거잖아요?
[기자]
사실 그게 수사의 방향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어떤 지시를 할 경우에 그것 자체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명시적인 게 아니라 묵시적인 방법을 취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석연찮은 지점이 하나 더 있어요. 법리 검토를 해야 하니까 단순히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만 했다면 왜 신범철 차관이나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굳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4차례나 전화를 해서 똑같은 걸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겁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이첩을 보류하라는 걸 4번이나 전화를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만약에 그 지시가 정말로 합법적이고 정당했다면 한 번 내린 것만으로도 즉각 이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문제의 통화 4번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고, 여기에 대해서 잡음이나 대립이 있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셈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국방부 관계자는 어저께 기자들과 만나서 '해병대가 지금까지 수사를 진행해 온 것을 보고하고, 그것을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을 보면 왜 여러 번 통화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근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자세한 경위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장관이 7월 30일에 보고를 받았다고 했고 사인까지 한 거잖아요. 근데 왜 그 다음날 갑자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한 걸까요?
[기자]
국방부가 주장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결재했던 내용과 달리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해 보여서 그랬다는 겁니다. 이 검토라는 게 윗선을 수사선상에서 빼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게 박 대령 측의 주장인데요.
국방부 설명은 이렇습니다. 7월 30일 당시 보고 자리에 있었던 국방부 관계자의 이야기인데요, 당시 장관이 '초급간부들에게도 죄가 있느냐' 이렇게 물었고, 박 대령이 '혐의가 있다'고 답하면서 그 혐의 내용이 '원래는 가장 위험한 곳에 간부들이 위치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물 속에서 대형이 무너지면서 초급간부들이 가장 위험한 곳이 아니라 강 중간에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앵커]
'물 속에서 대형이 무너지면서 초급간부가 제 위치에 있지 못했던 것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 장관이 약간 고심하는 대목이 느껴지는 거네요? 근데 박 대령 주장은 어때요?
[기자]
박 대령 이야기는 다른데요, 국방부에선 초급간부들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고 장관은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나' 이렇게 질문했다는 겁니다.
[앵커]
장관 질문이 아예 다르네요.
[기자]
그래서 박 대령은 '과실의 구체적 물증과 정황이 있어서 경찰에 이첩해야 할 사항'이라고 대답했고 장관은 '알겠다'고 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박 대령 말대로라면, 장관이 사단장의 처벌 여부를 물어보고 나서 그 다음에 이첩을 보류하라고 한 거니까 윗선 수사 방해하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네요.
[기자]
아무래도 그런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겠죠?
여기에 대해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이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면서 여단장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여단장에게도 혐의가 있느냐'고 박 대령에게 물었더니 대민지원 준비, 안전장비 같은 걸 말합니다. 그게 부족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국방부 관계자는 계속해서 박 대령이 너무 광범위하고 과도하게 책임 묻기를 하고 있다, 이런 취지로 기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다만 관련해서 명확한 물증 같은 것이 없기에 아직까지는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진짜 이유가 미궁에 빠져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진실이 어느 쪽인지를 떠나서 국방부 장관은 50만 국군의 지휘 책임을 쥐고 있는 아주 중대한 직책이예요. 그렇기에 장관의 지시나 명령 또한 무겁게 내려야 합니다.
최초 결재가 부실했든, 이첩 보류 지시가 부적절했든, 둘 중 어느 쪽이든 국방부가 사안을 그만큼 신중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은 유효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