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도쿄 총리실 밖에서 일본 시민들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마세요"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달 24일 개시하기로 결정하자 현지 누리꾼들도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다. 찬성 측은 해양 방류가 안전하다는 입장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해양오염 우려와 대국민 소통 미비를 지적한다.
22일 야후재팬 포털에 '방류 개시 결정' 관련기사가 게재되자 각각의 기사마다 많은 댓글이 달렸다. 본인 실명을 내건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 입장에 적극 찬동했다.
도쿄대 의대 특임교수라는 나카가와 에이치는 "삼중수소는 물고기에 농축되지 않고, 이번 방출에 의한 인체 영향도 없다. 애초에 우리는 매일 천연 방사선을 쬐며 살고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역시 도쿄대 교수라는 오카모토 다카시는 "안전성을 여러 번 확인하기 때문에 전세계에 방사성 물질 영향은 없다"며 "다만 중국과 같은 악의적 뜬소문(風評) 피해는 발생할 것"이라고 적었다.
야후재팬 캡처현지 누리꾼도 "빨리 방출하지 않으면 저장 한계로 인해 녹아내리고 있는 원전 노심을 냉각할 수 없게 된다"며 "후쿠시마 원전의 한 해 2.2조 베크렐 방출은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중국은 원전 1기만으로 연간 100조 베크렐이 넘고, 한국도 80조 베크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처리수 방출은 어쩔 수 없다. 방출 않고 보관탱크만 늘렸다가 지진 등 재해로 파손되면 어쩌냐"거나 "미국 쓰리마일 원전이 방류 대신 증발 뒤 대기 방출했다지만, 후쿠시마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양이 많다"는 등 동조 댓글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안전성'에 대한 반론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물로 희석해도 핵물질은 희석되지 않는다. 해산물 섭취가 러시안 룰렛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 세슘137, 스트론튬90 등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다. 원래대로라면 연료봉에만 갇혀 있어야 할 방사성 물질"이라며 "스트론튬은 칼슘과 화학적 특성이 매우 유사해, 섭취하면 대부분 뼈에 흡수되고 내부피폭을 거쳐 백혈병 등의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음용수가 아니더라도 공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었나? 해양 방출보다 타국의 비판이나 뜬소문 피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일본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이 글렀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단 방류개시 결정 직전 현지 어민단체와의 교섭 방식이 지적됐다. 한 누리꾼은 "어제 후쿠시마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는 '현지 어민단체'를 만나지 않고, 도쿄로 돌아가 '전국 어민단체'와 회담했다. 도망친 것"이라며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을 지역 어민들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자세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야후재팬 캡처
다른 누리꾼도 "후쿠시마까지 방문하면서 현지 어부와도 만나지 않고 돌아온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현지를 신경쓰지 않는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듣지 않는 능력'이나 '거꾸로 하는 능력'이라도 갖고 있냐"고 비꼬았다.
현지민과의 소통 뿐 아니라, 전국민 대상 안전성 입증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TV에서 총리가 물을 마시는 퍼포먼스보다는, 안전 기준에 적합하다는 수치 정보나, 조사 방법·과정의 타당성 등 과학적 정보를 대대적으로 공개했어야 한다"며 "국민은 퍼포먼스만 보고 믿어넘길 만큼 바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예 "(집권) 자민당 의원들 목욕물로 처리수를 쓰고, 원전 추진파의 정치인들이 원전 옆에 거주하면 확실히 안전이 입증된다"거나 "기시다씨와 장관 전원이 처리수를 우선 마셔 솔선수범하라"는 풍자도 이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각의를 주재한 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개시일을 24일로 확정했다. 기시다 총리는 "국제 사회의 이해가 확실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