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향하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당시 논란의 발언이 나온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물어본 '김문기 씨를 아느냐'는 질문은 사전 질문지나 대본엔 없던 내용으로 앵커가 생방송 중 즉흥적으로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사전질문지 등에 김씨가 사망한 것에 대한 심정을 묻는 질문은 있었다며 이는 즉흥적 상황이 아니고, 김씨를 안다는 것도 전제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김문기 아느냐'는 질문은 대본에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SBS 관계자는 "대본 질문은 김문기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이었고, '김문기 씨와 아는 사이었느냐'는 질문은 대본에는 없던 질문을 앵커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1년 12월 SBS에 출연한 이 대표는 김 씨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었냐는 질문에 "하위 직원이었기에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경기도지사가 된 후 재판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해당 발언이 허위라고 보고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날 방송국 관계자는 '김씨를 성남시장 때 알았냐고 물은 것은 사전 질문지나 대본에는 없던 내용인가'라는 이 대표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앵커는 프롬프터(원고 송출기)를 보면서 그것과 다른 질문을 한 것이고, 피고인(이재명)은 프롬프터를 보지 않고 앵커가 묻는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방송 관계자가 해당 질문이 사전에 제공된 것이 아닌 생방송 중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증언하면서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앞서 대법원은 즉흥적인 질답이 오가는 과정에서는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토론회에서도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당시 1심 무죄와 2심 유죄에 이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받아냈다.
당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미리 준비한 자료에 의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연설 등의 경우와 달리 토론회는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기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해 질답, 주장, 반론하는 것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검찰 "김문기 사망에 대한 질문 있었다…안다는 것 전제한 것"
검찰 깃발. 박종민 기자검찰은 당시 이 대표 측에 전달된 사전질문지에 김씨 사망에 대한 이 대표의 심정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는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이 대표에게 방송 하루 전에 벌어진 김씨의 사망에 대해 묻는 것은 이 대표가 당연히 김씨를 안다는 것이 전제된다는 것이다.
방송 관계자 역시 '사전질문지 등에 대장동 관련 이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김씨 관련 내용이 있었고, 사전 제공된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생방송 전에 사전 질문지 등을 통해 이 대표 측이 김씨 사망에 대한 질문이 있는 것을 알았던 만큼 김씨를 아느냐는 질문은 즉흥적 질문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공판에는 이 대표에 대한 의혹 검증에 나섰던 국민의힘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증인 출석했다.
이기인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 김씨를 몰랐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황당무계하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남시의회에 근무해 보면 이재명 시장이 사람을 잘 기억하고, 또 4명의 처장 가운데 (김씨는) 한 명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 태도를 봐도 '믿는 구석이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본부장과 사장의 말도 듣지 않고 의회에서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피고인(이재명)이 지난 공판에서 선거 명함을 뿌리는 사람을 다 인식할 수 없다고 했는데 명함을 받는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년간 함께 근무한 사람을 유권자와 등치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오전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현지 보좌관은 "(김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2021년 하반기에 안 좋은 소식이 뉴스에 나왔을 때 '이 분이 누구냐'하면서 우왕좌왕했다"라고 답했다. 또 대선 직전 이재명 대선 캠프 인사가 김씨 유족 측과 접촉해 회유한 의혹에 대해선 "뉴스를 통해서 알았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