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생후 이틀 된 신생아를 온라인에서 만난 브로커에게 넘긴 뒤 양육수당·아동수당을 신청해 수백만원을 타낸 친모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아기를 건네받은 브로커는 웃돈을 얹어 입양을 원하던 부부에게 되판 것으로 드러났지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다만 이 브로커는 이 사건 넉달 전에 같은 수법으로 벌였던 '신생아 재판매' 범행이 최근 '그림자 아기' 전수조사를 계기로 발각된 탓에 다시 실형 위기에 처했다.
브로커에 보내놓고…610만원 부정수령
26일 법원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김모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씨는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2019년 말 브로커 김모씨에게 건넨 뒤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데도 양육수당·아동수당을 신청해 총 610만원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친모 김씨가 아이를 출산한 건 지난 2019년 12월 28일 저녁. 경기 안성시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였다. 그리고는 이틀 뒤인 30일 오전 병원 건물 1층에서 브로커 김씨에게 아이를 넘겼다.
친모와 브로커는 그해 여름 네이버 카페를 통해 만났다. '대신 양육해 줄 사람을 구한다'는 취지로 친모가 올린 글을 브로커가 보고 답장을 보냈다. 브로커가 어떤 사람인지,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지 등은 확인하지 않은 채였다.
그 뒤 친모는 2020년 1월 2일 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회보장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이에 대한 영유아 가정양육수당을 달라고 정부에 신청한 것이다. 아이의 친부와 동거하고 있었지만 출생신고 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부친 없이 모친만 있다고 등록했다.
가정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영유아의 양육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 지원하는 제도다. 친모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매월 15~20만원씩 모두 390만원을 은행 계좌로 받았다.
아울러 친모는 아이에 대한 아동수당을 친권자로서 대리 수령했다. 비슷한 시기 매월 10만원씩 같은 은행 계좌로 모두 220만원을 타냈다. 육아수당, 아동수당 명목으로 610만원을 부정 수령한 것이다.
친모는 앞서 전 남자친구와 낳은 첫째 아이를 친정 부모에게 맡겼다고 한다. 동거남과 사이에 출생한 영아를 입양 시설로 보내는 대신 돈을 받고 거래한 건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었다고 1심 판결문에 적혔다.
친모와 검찰은 1심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각각 항소했다. 친모는 반성문도 3차례나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올 6월 항소 기각했고 양측이 여기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친모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집행유예로 풀렸지만 '다시 구속'
이 사건 브로커 김씨는 '인생 3일차' 신생아를 직접 키우지 않았다. 친모에게 아이를 건네받은 지 반나절 만인 30일 오후 3시쯤 근처 모텔에서 송모씨에게 넘겼다. 대가로는 그 전후 5개월에 걸쳐 690만원을 받았다.
송씨 진술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는 거래 한달 전쯤 송씨에게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데 돈도 없고 밥도 없고 월세도 밀렸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7단독(장진영 판사)은 대가를 목적으로 아이를 소개한 사건(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혐의)으로 판단하고 김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빠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김씨가 초범이고 범행을 자백했다는 점, 나이, 환경 등을 양형 사유에 참작했다고 판결문에 밝혔다.
이 사건 역시 브로커와 검찰 양쪽이 각각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올 2월 기각했고 이후 양쪽이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집행유예가 된 것이다.
그랬던 김씨는 최근 다시 경찰에 구속됐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일명 '그림자 아동'의 생사를 파악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수조사가 그 계기였다. 인천시에 집계된 그림자 아동 가운데 마지막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던 한 명을 추적한 결과, 이 아동도 김씨의 손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8월 24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20대 이모씨의 병원비 98만원을 대신 낸 뒤 생후 6일 된 그의 딸을 넘겨받았다. 그리고는 2시간 만에 인천의 한 카페에서 50대 나모씨에게 300만원을 받고 아동을 건넸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건이다.
김씨는 앞서 전주지법 판결에선 초범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냈지만 그보다 넉달 전 벌였던 '인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번에는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김씨가 살던 빌라의 임대인은 "김씨는 혼자 살았는데 2020년 봄에 어린아이를 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종의 별건 범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