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클럽 제공 모든 것의 이야기
소설 '대림동 이야기'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은 노동변호사 김형규 작가의 첫 소설집 '모든 것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를 응시하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체제 안에서 '환대받지 못한 자들'에게 드리운 외로움을 걷어내려 한다.
수록작 '대림동에서, 실종'(대림동 이야기)은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 동포 경장과 신입 여자경찰이 파트너가 되어 조선족 '화춘'의 실종을 수사하는 미스터리 사회 소설이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오마주하며 과거와 현재의 노동문제를 다루는 소설-편지-희곡이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청소노동자 파업 소송을 그린 르포르타주이고, '구세군'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기본소득과 무직자 혁명을 다룬 SF 소설이다.
김 작가의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자 가려진 계급과 계층 문제를 전면에 부각하며 현실적이고 사회비판적 소설로 참여문학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80쪽
황금가지 제공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
하승민 작가의 장편소설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은 쇠락한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부정과 타락, 그 이면에 기생하는 여러 인생 군상들을 다뤄온 전작들과 달리, 소통과 치유, 환경과 인권이라는 화두를 담아낸 첫 SF 소설이다.
동해에서 발견된 신비한 고래 '이드'를 조사하던 연구팀의 조성원 박사는 이드가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고원 티베트에서. 조 박사는 NGO 소속으로 티베트 다큐 촬영에 가있던 후배 현지를 통해 이드와 연결된 한 소녀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은 실제 인공지능을 통한 동물의 언어 해석 기술에서부터 티베트 인권 탄압과 탈출 여정, 포경과 불법 포획 등 저자가 2년여 동안 취재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396쪽
창비 제공 마주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한 최은미 작가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마주'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며 모두를 불안에 떨게 했던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캔들과 비누를 만드는 홈 공방을 운영하던 나리는 한 상가건물에 공방을 개업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공방의 손님 중 하나이자 또래 아이들을 키우며 나리와 친해진 수미가 확진된다. 확진자 동선이 공유되면서 상가 다른 가게들도 손님이 뜸해진다. 나리의 공방이 주목을 받게 되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취재하러 온 기자가 나리에게 질문을 하는 순간 나리는 과호흡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다.
'거리두기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고립되고 단절되었던 그 시기를 건너며 소설은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들을 보듬는다. 작가는 인물들의 감정이 서로 얽히고 부딪혀 맨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그의 삶의 일부를 파괴하지는 않았는지, 안전을 이유로 타인을 고립시키지는 않았는지, 타인에게로 가닿는 마음을 돌이켜보게 한다.
최은미 지음 | 창비 |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