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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조롱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온·오프라인 성범죄에 영향"



사회 일반

    "여성 조롱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온·오프라인 성범죄에 영향"

    • 2023-08-29 07:20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 전문가 멜리사 알바라도 인터뷰
    "왜 성범죄 저지르는지 질문하고 어린시절부터 교육해야"
    "처벌 강화가 능사 아냐…'성평등 달성'이 궁극적인 해법"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온라인 공간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남성들과 소년들도 성과 관계, 폭력에 대한 '불편한 대화'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 지역프로그램 전문가인 멜리사 알바라도(Melissa Alvarado)씨는 지난 24일 연합뉴스와 만나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을 없애는 방안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 22~24일 서울 소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가 개최한 '디지털 젠더기반폭력 대응을 위한 국제 청년 역량강화 연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알바라도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성범죄) 사이에 상호작용이 분명히 있다. 또 이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유엔여성기구가 2013년 수행한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파푸아뉴기니) 남성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대상 성범죄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가장 일반적인 응답은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알바라도씨는 "우리는 종종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폭력을 겪는지를 묻지만, 오히려 왜 이렇게 많은 남성들과 소년들이 온·오프라인 성범죄를 저지르는가를 물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남성들이 여성과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믿음이 모든 종류의 성범죄의 출발점인데, 이런 신념과 태도는 청소년 시절에 길러진다"며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관계를 가지며, 성적인 관계를 맺을 때는 상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불편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소년들과 젊은 남성들은 성적 관계에 대한 관념을 포르노그래피나 온라인 상 성적 농담을 정보 출처로 삼게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 지역프로그램 전문가인 멜리사 알바라도(Melissa Alvarado)씨가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 근절에 관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4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 지역프로그램 전문가인 멜리사 알바라도(Melissa Alvarado)씨가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 근절에 관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처벌 수위와 검거율을 높이는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는 국내 여론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알바라도씨는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10% 미만만이 수사기관이나 서비스 지원기관에 사건을 보고하므로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대다수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온라인상 모든 콘텐츠 제거와 명예회복, 진정한 사과"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궁극적인 해법은 '성평등 달성'에 있으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백래시'(반동) 움직임과 남성 권리 신장 운동이 여성폭력 감소 노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남성 권리 단체들의 움직임이 있다"며 "이들은 스스로를 여성 권리 확대의 피해자로 여기며, 여성들이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가져선 안 된다는 주장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더욱 조직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생겨나 여성을 조롱하는 수많은 메시지를 만들어내며, 국경을 초월해서까지 이것들을 광범위하게 공유한다"라고 우려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비교적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을 다루는 전용 서비스를 잘 갖추고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여성의전화1366 등을 언급하며 "한국은 디지털 폭력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발전돼있다"고 말했다.

    알바라도씨는 "꽤 많은 국가는 이런 종류의 폭력에 특화된 지원 서비스를 갖추고 있지 않거나 갖췄더라도 피해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학자, 법조인뿐 아니라 폭력 생존자와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원하는 여성단체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알바라도씨는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만들어내는 정량적인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여성단체 활동가들이나 생존자들과 대화를 나눠야만 알 수 있는 폭력의 실태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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