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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사의 죽음' 양천구 초등학교…추모 발길 "참담하고 절망"



사건/사고

    또 '교사의 죽음' 양천구 초등학교…추모 발길 "참담하고 절망"

    서이초 교사 비극 44일 만에 또다시 14년차 교사의 죽음…"아이들에게 공감 잘해주던 선생님"
    유족 측, 숨진 교사가 학교 업무로 '스트레스 받아'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엔 추모공간 마련 "참담하고 절망"

    서울 은평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숨진 초등학교 교사 A씨의 빈소. 임민정 기자 서울 은평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숨진 초등학교 교사 A씨의 빈소. 임민정 기자 
    2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장례식장. 지난달 31일 숨진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유족은 "대책을 세워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희생자가 늘어나게 둘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故 서이초 교사가 세상을 떠난 지 44일 만에 또다시 비극이 일어난 셈이다. 현재까지 경찰은 A씨의 사망과 관련해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유족은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특히 체육 시간에 학생들을 통제하는 일로 너무 힘들어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혼자서 참고 견디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힘들다"며 "초등학교 선생님에겐 예체능 국어 수학 등 만능을 요구한다"며 "특정 과목은 담당 교사를 따로 배정하는 등 정부가 이런 부분을 생각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뉴스에서 나오듯이 요즘엔 불만이 있으면 주저 없이 선생님에게 항의 전화를 하고 따진다는데 그런 일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한 동료 교사는 "엄청 밝고 아이들에게 공감을 잘해주던 선생님"이라고 A씨를 기억했다. 이어 "제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부터 잘 챙겨주셨던 분"이라며 "매일 행복했어야 할 선생님이었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마음 아파했다.

    비보가 전해지자 A씨가 몸 담았던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이날 오후 학교 앞엔 화환 200여 개가 늘어서 있었다. 조문객들은 학교 앞에 줄지어 선 화환을 보자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고, 서로 안아주며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A씨가 몸 담았던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임민정 기자A씨가 몸 담았던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임민정 기자
    한 조문객은 늘어진 화환 리본이 바람이 뒤집히자 바로 잡으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문구를 한참 들여다봤다.

    세 아이와 함께 학교를 찾은 초등학교 교사 나모(43)씨는 "서이초 선생님 사건 이후 올여름 또 이런 일이 일어나 참담하다"며 "오늘은 이 선생님이었지만 내일은 제가, 또 다른 교사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같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너무 참담하고 절망이다. 이런데도 들어주지 않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너무 화가 난다"며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이어 "특히 초등학교는 담임제이다 보니 담임이 갖는 역할과 의무, 책임 워낙 크다"며 "아마 이 선생님도 그러셨을 것 같다. 이런 선택을 하신 이유가 뭔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가 몸 담았던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임민정 기자A씨가 몸 담았던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임민정 기자
    정문 앞엔 포스트잇 메모지도 빼곡히 붙어있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저희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예전의 저 같아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예상돼 집회에 참여하며 '제발'이란 마음으로 지난 한 달을 보냈다'와 같은 동료 교사들의 편지부터 '저희 2학기 때 선생님 덕분에 수업시간이 재밌었어요'란 학생들의 글귀도 있었다.

    학교를 바라 보던 한 학부모는 "교실 상태가 힘든 줄은 알았지만, 선생님들이 이렇게 되기까지 아무것도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며 "어제도 학교 앞에 학생들이 와서 추모하고 울더라"라고 말했다.

    학부모 박모씨는 "아이가 이 학교를 2년 전 졸업했는데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요즘 학생 인권 얘기를 많이 하는데 솔직히 소수의 아이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을 잃은 것이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40대 교사는 "교사 집단이 억울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맞서는 성향의 사람보다는 우리가 조금 더 참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훨씬 큰 집단"이라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모두가 한 번씩은 겪지만 '내가 더 잘하면 바뀌겠지'란 생각으로 끝까지 애쓰고 버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도 한 학생이 이름표를 다른 곳에 놓고 와서,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반항하며 욕을 했다"며 "교직 생활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의 비율이 늘었다. 도를 넘은 학생을 통제하고 교육할 제도와 (문제 학생 외) 나머지 아이들을 지킬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A씨의 죽음과 관련해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은 작년까지만 해도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이 잘 따랐는데 올해 담임을 맡으면서 학급 생활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며 "학교 측에서 이날 부장 회의를 통해 사건을 은폐하고 개인사로 축소하려는 정황도 확인됐다"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A씨가 6학년 담임을 맡은 뒤부터 교직 생활을 힘들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동료교사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이 올해 맡은 6학년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의 민원까지 겹치면서 1학기를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제를 이틀 앞둔 이날 오후 전국 교사 수만명이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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