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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발치는 교사들의 悲報…"남 일 같지 않아 겁난다"

'서이초 사건' 이후 현직 교사 3명 극단선택
"절망감 들어" 교사들, 심리적 어려움 호소…'베르테르 효과' 우려도
교육당국 '교권 보호' 대책에 도사리는 '교권 추락' 위험
"교사들, 생명권 위협 느껴…단기적 현장대책·중장기적 계획 '투 트랙'으로 가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일인 4일 서울 서이초 교사의 교실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슬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일인 4일 서울 서이초 교사의 교실에서 고인의 지인들이 슬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른바 '서이초 사건' 이후 현직 교사들이 연이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직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사기가 땅에 떨어진 교사들을 달랠만한 해법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자칫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만이 유일한 '해법'처럼 비춰질까 우려된다.
 

잇따른 교사들의 극단선택…"절망감 들어" 괴로운 현직 교사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불과 나흘 사이에 경기·전북 등 곳곳에서 교사 3명이 잇따라 숨졌다.

지난 3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청계산 근처에서 60대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에서 군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교사가, 지난달 31일에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14년 차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일하던 2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44일이 지난 가운데, 겨우 나흘 새 현직 교사 3명이 잇따라 숨진 셈이다.
 
경찰은 네 사건 모두 뚜렷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교사단체들은 잇따른 죽음의 원인으로 과도한 학부모 민원 등 학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더 나아가 현직 교사들은 앞선 사건과 같은 일들이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교사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나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저년차 교사 A씨는 "평소에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없었는데 (교사가) 교실에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우울하고 잠이 안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 이틀 사이에 (많은 교사들이) 절망적인 선택을 하시니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나 제도가 너무나 없구나'하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교단에 서고 있는 남모(48)씨도 교직생활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같은 교사로서 남 일 같지 않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서 자존감이 많이 무너졌다"며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에 나가고 있지만 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았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생전 교사들이 몸담았던 학교에는 조화와 추모의 글귀를 담은 포스트잇 등이 뒤덮는 등 추모 열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

다만 교사들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으로 '교권 추락' 문제가 계속해서 공론화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칫 극단적 선택만이 교사가 처한 열악한 환경을 고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처럼 비춰질까 우려가 제기된다.
 
단국대학교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는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들이 모방 자살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내면의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굉장히 누적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뉴스를 양산하는 언론매체가 동료교사들에게 자극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전승혁 청년부위원장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집회 등을 통해 알려지다 보니까 이것이 전염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고 있다"며 "(교사들을) 제대로 위로하려면 우선 (교사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선생님들이 요구하고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교권 보호' 대책인데 '교권 추락' 위험?…"교육당국, 실효적 대책 마련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교사들의 분노와 고통을 부추기는 문제는 따로 있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인 교육당국의 대응이 원론적인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 보니 교사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교육부 등 교육행정기구에서 내놓은 대책 일부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거나 오히려 교권을 추락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앞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담화를 통해 '교권 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서이초 사건 이후 약 한 달 만에 교육당국이 내놓은 교권 보호대책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문제 학생이 교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 보여 5호 처분인 '학급교체' 이상의 조치를 받은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해당 사실을 기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할 경우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등 조치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된다.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학부모가 조치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하지만 서울교대 윤철기 윤리교육과 교수는 "지금 교사들은 생존권 혹은 생명권 자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같이 논의되어야 하는데 지금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생활기록부 기재를 두려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민원을 넣은 문제들이 있었다. 생활기록부상에 교권 침해를 기록하겠다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교권을 추락시킬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성철 대변인은 교육당국의 교권 보호 대책과 관련해 "학부모에 대한 교권 침해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고시안에 아예 빠졌다"며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통해 교권과 교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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