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이틀째인 15일 광주송정역에서 탑승객 통로 전광판에 일부 열차 운행 중지 안내문이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전국철도노조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열차 운행량 부족으로 인한 시민 불편과 물류 차질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노정 양측의 대치 전선에는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노조는 최근 일련의 철도정책들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인 만큼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입장인 반면, 정부여당은 노조의 주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 파업일 뿐 민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SRT 노선 다각화는 노선 분리 통한 민영화 움직임…수서행 KTX 도입으로 적자도 해소 가능
노조가 이달 시작된 SRT의 신규 노선 운행을 민영화의 일환이라고 보는 이유는 KTX와 SRT의 노선 분리화 때문이다.
당초 SRT 도입 취지가 KTX와의 경쟁을 통한 가격 합리화, 서비스 품질 제고 등 이용객 편익 상승이었는데, KTX와 SRT가 각기 다른 노선을 운영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경쟁구도가 완화되면서 당초 취지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 노선이자 KTX와의 경쟁 노선인 경부선의 좌석을 최대 일일 4920석까지 줄인 것은 명백한 KTX와 SRT의 영역분리이기 때문에 민영화를 부추기게 되며, 그 과정에서 줄어든 SRT 노선을 평소에 이용하던 이용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노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서행 KTX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SRT만 사용하던 노선에 KTX가 진입하면 경쟁이 보다 본격화될 수 있을 뿐더러, SRT 경부선 축소로 발생하는 시민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KTX가 수서를 거치게 되면 시민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옹호 의견을 내고 있다.
직업 특성상 수도권과 부산을 오가는 일이 잦다는 임모씨는 "미팅이 강남 지역에서 잡히는 일도 자주 있는데 SRT의 경부선 운행이 축소되면서 시간잡기가 애매해지는 때가 종종 있다"며 "KTX가 수서역을 거쳐 서울역으로 올라간다면 강남권을 이용하는 사람도, 강북권을 이용하는 사람도 다 만족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조는 수서행 KTX 도입 시 SRT가 기존에 없던 경전, 동해, 전라 등 노선을 다각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게 된 것처럼 KTX의 수익 또한 높아지며 만성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수서행 KTX, 경쟁 강화 아닌 코레일만을 위한 일…SR과의 경쟁 막으려는 '정치적 파업'
발언하는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 연합뉴스반면 정부여당은 이같은 주장이 노조원들이 자신이 속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KTX가 수서를 거치게 될 경우 추가적인 KTX 노선 편성은 물론 수서역과 서울역 간의 연결 등 부차적인 과정에 상당한 자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이익은 고스란히 코레일의 몫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수서행 KTX를 허용할 경우, 형평성에 따라 서울행 SRT도 허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 KTX만 수서행을 허용해 달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조가 주장하는 공공철도의 확대가 철도의 공공성 자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KTX가 다시 SRT를 흡수해서 현재도 과점인 철도시장을 다시 과거의 경쟁없던 독점 시절로 되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공기업의 노조이면서도 국민의 편익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크나큰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 이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도노조는 철도 독점체제의 구축으로 철밥통을 지키려는 정치적 파업을 즉시 중단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SR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다보니 공공성을 볼모로 파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력 규모나 기존 관리자산 등이 많아 SR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을 낮추는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보니 경쟁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