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옆에서 발언하는 박광온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종섭 국방부장관 탄핵 추진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두 달 전 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 추진 때도 비슷한 조짐이 보였다는 후문이다. 당이 정부·여당에 초강경 기조를 취하는 상황인 만큼, 향후 지도부 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이 띄운 탄핵, 원내 반대로 무산…양평 때도 李-朴 '투 보이스'
민주당은 15일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강선우 대변인은 "민주당의 해임 요구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여 사의 표명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경질로 본다"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특검을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직접 띄운 탄핵이 원내 반대로 무산되면서 이 대표는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됐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1일 '국민의 명령'이라며 직접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부침을 겪어왔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원내 지도부가 당 지도부에 전하면서 이 대표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한 원내지도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칫 섣부르게 국방부장관 탄핵을 추진했다가는 민주당의 약점인 안보 이슈로 공격받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탄핵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 해임건의안부터 특검까지 단계적으로 수위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원내 지도부 간 의견 차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 추진 당시에도 지도부 간 미묘한 신경전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정부·여당에 공식적으로 요청한다. 국정조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집을 주장하며 "이 과정(상임위 차원 조사)을 통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당장 국정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온도 차를 보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대표가 당 안팎의 여론을 충분히 등에 업지 않은 채 이슈를 선점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과감한 의제를 던지고 박 원내대표가 속도를 조절하려는 모양새가 반복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 간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몰라 아슬아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무를 담당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 간 역할이 다르고 성향 차이도 있다 보니 의견 조율이 매끄럽게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특히 최근 대표가 단식까지 하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스 메시지가 나올 수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장기간 단식, 李 공세 수위 올릴듯…지도부 마찰 가능성
단식 투쟁 16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을 만나는 모습. 윤창원 기자장기간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는 공세 수위를 점차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단식을 끝낸 뒤에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가 기존보다 더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 단식에도 당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공세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갤럽이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2%p 떨어진 32%로 집계됐다. 장기간 단식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의 보폭이 커질수록 여기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박 원내대표와 파열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측은 건강한 의견 차이일 뿐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무에서 의견 차이는 당연한 것이고, 대체로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의중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