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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20년차, 연구비 단가 삭감 처음…재료비 줄일 지 학생들 내보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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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20년차, 연구비 단가 삭감 처음…재료비 줄일 지 학생들 내보낼 지"

    기초과학연구 예산 삭감 긴급 간담회 개최
    학계 "연구 생태계 무너질 위기 처해"

    기초연구사업 구성 현재·미래 비교표. 기초연구연합 제공기초연구사업 구성 현재·미래 비교표. 기초연구연합 제공
    기초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연일 신진 연구자들의 지원을 확대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신진 연구자들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연구 과제들이 사라진다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국내 기초연구 분야 27개 학회와 협회가 소속된 기초연구연합 대표 교수들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기초과학연구 예산 삭감 관련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내년 기초연구사업의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와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현재 기초연구사업 가운데 신진 연구자와 비전임 교원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생애 기본연구'와 교육부의 '학문 균형 발전지원사업'의 신규 과제가 내년부터 모두 빠진다. 이로 인해 연구 다양성이 위축되고 미래 연구 역량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예산안을 분석한 천승현 세종대 교수(기초연구연합회 부회장)는 "현재 연구 지원 체계는 연구자의 성장 과정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연구비가 제공되는 등 굉장히 촘촘하게 설계돼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해보면, 기초연구사업 구성에서 1억원 이하가 다 사라져 텅 빈 상황이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 몇 년 간 연구하기로 계획된 계속과제 연구비 단가도 10~40% 감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현 이종호 과기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한우물 사업은 제외됐다. 천 교수는 "20년 넘게 과제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협약이 바뀐 건 난생 처음"이라면서 "약속 바꾸는 상황이 진행되는 것이라 굉장히 불안하고 커뮤니티에서도 교수님들이 재료비를 줄여야 할 지 학생들을 내보내야 할 지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온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전체적 과제수가 감소해서 3년 뒤에는 절반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 교수는 "연구 지원 사다리가 끊어져 절반의 연구자만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며 "군살을 빼더라도 코어 근육을 키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국제협력도 강제로 진행하면 비효율을 부른다고 우려했다. 오경수 중앙대 교수는 기초연구 대표적 집단연구사업인 선도연구센터가 예산은 삭감하면서도 모든 선도연구센터 앞에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 임무를 가중하면서도 연구비는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미 한국의 국제협력은 최상위권이고 지금은 국제적 수준 연구를 할 수 있게끔 고도화된 연구 시스템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모든 기초예산에 국제화로 접근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서울대 교수는 기초연구사업의 R&D 비중이 전체의 8.2%임에도 논문의 43.7%를 내고 있고 최상위권 논문의 80%를 점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기초연구사업은 논문 게재 수 및 우수논문 성과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오히려 성과적으로 효율적인 사업"이라며 "국회에서는 기초연구비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구연합회는 국내 기초연구 분야 27개 학회와 협회가 모인 단체로 약 10만명의 교수, 연구원,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 등이 소속됐다. 지난 19일에는 '기초연구사업 예산 삭감 철회를 위한 성명서'를 내고 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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