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제작 홍보물 영상 시안.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수입수산물 안전'을 홍보하는 데 기존 편성예산의 5배를 끌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5일부터 2차방류에 들어간 도쿄전력은 약 7800t(톤) 가량을 바다로 흘려보낼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방류 임박을 시사한 시점에 당국은 향후 수입수산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하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식약처는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정책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1차 방류를 전후해 유튜브 홍보영상 등을 송출하기로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예산 편성 및 실(實) 집행비용' 자료를 살펴보면, 식약처는
당초 '수산물 안전관리 홍보' 항목 중 홍보 동영상 제작에 1100만원을 편성했으나 실제로는 5225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된 것보다 5배 가까운 예산을 끌어다 쓴 것이다. 동영상 제작이 포함된 해당항목 전체에 편성된 예산이 6200만원(실집행 6125만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무려 85%를 홍보영상에만 전용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식약처가 제작한 이 동영상에는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 금지와 수입수산물 통관단계 검사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분량에 따라 20초, 40초, 100초 버전이 있는데 젊은층이 선호하는 '쇼츠' 형식으로도 만들어졌다.
해당 영상은
"일본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 8개 현의 수산물은 대한민국에 수입될 수 없다"로 시작해
"대한민국의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사, 오직 국민 안심이 기준"이라는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그 외 지역의 모든 수산물은 매 수입 건마다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뿐 아니라, 생산지 증명서-수입 신고서 일치여부 확인, 검사관의 '깐깐한' 현장 검사, 국제기준보다 10배 이상 강화된 기준 적용 등이 이뤄진다며
방류 이후 위해 수산물이 국내 들어올 가능성이 없음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홍보영상은
지난 7월 6일 처음 송출됐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관계각료 회의에서 안전성 확보 및 풍평 피해(소문으로 인한 소비위축 등) 대책 마련과 함께 '국내·외에 이를 정중히 설명하라'고 지시한 직후다.
송출된 영상들은 초기엔 하루 50명 이하의 낮은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최초방류 이후인 8월 28일 문체부가 유튜브 광고 집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급격한 '클릭 증가세'를 보였다. 일일 20만~50만 이상의 조회 수가 누적된 현재는 40초 버전 기준
약 1537만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영상 하단의 인기댓글로는
'전부터 후쿠시마산(産)은 진작 수입금지 아녔나', '방사능 검사는 기본적 의무고, 그 전에 오염수 방출부터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반응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고순도 게르마늄 감마핵종 방사능측정기 검사' 등의 객관적 절차보다 '국민의 안심'이 수입수산물 안전을 판단하는 척도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김영주 의원실 제공앞서 5월부터 문체부 컨설팅에 착수한 식약처는 관련 자료('식약처 수입검사 안전인식 확산')에서 이같은
홍보 추진 시기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점' 전후로 명시했다. 출입기자단 등을 대상으로 한 수입수산물 방사능 안전검사 프레스 투어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오염수 여론 형성에 있어서는 사전부터 조직적 준비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식약처가 문체부에 '적극 협조'를 요청한 영상 3종은 이달 초까지 송출됐는데,
집행과정에서 문체부 예산 4억 7천만원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제외된 20초 버전의 광고는 지금도 유튜브 누적조회 수가 400여 회 남짓에 불과하다.
오염수 방류 관련 안전홍보 예산이 예정보다 비대해지면서,
같은 항목으로 묶였던 △식품안전의 날 행사(현장체험관 운영) △웹다큐멘터리 제작 등은 수행되지 못했다. 각각 2100만원, 2천만원이 책정됐던 사업 예산이 모두 홍보영상 제작에 쓰였기 때문이다.
특히 웹다큐멘터리(3편)의 경우, 예년에는 주로 수입수산물 안전을 책임지는 현지 공무원 등 실무자들의 작업 현장 및 인터뷰로 구성된 전례를 고려할 때 일본 오염수 방류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영상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8년 감천항편과 2019년 '인천국제공항 수입검사소의 하루' 등은 특정 이슈를 겨냥한 홍보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수입수산물 안전관리 홍보라는 당초 사업의 목적에 비춰볼 때 사업목적의 변화 없이 세부적 수단을 일부 조정한 것"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법 등 예산집행지침상 '동일세목 내 사용'에 해당돼 부적절한 이·전용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올 초 오염수 방류 이슈 등에 따라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웹다큐멘터리 제작비를 포함해 홍보물을 제작한 것"이라며 "식품안전의 날 행사가 디지털화된 홍보체험관으로 운영돼 예산이 절감됐다"고 해명했다.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구갑). 의원실 제공 김영주 의원은
"당초 계획된 제작 예산보다 제작비용을 5배 가량 과다하게 집행했다"며 "또 홍보가 잘 되지 않자 문체부 예산까지 끌어 써 조회 수를 올리는 등 부적절하고 무리한 광고 집행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의 예산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고 지원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홍보 예산이 부적정하게 사용되지 않았는지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