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로 취임 3년을 맞았다. 그간 정 회장은 전동화 전환을 비롯한 자동차 업계의 격변 속에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발 빠르게 제시하며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성과는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84만5천대를 팔아 토요타·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톱3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도 365만7563대를 판매해 4위인 스텔란티스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7조529억원으로 정 회장 취임 전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도 기록적인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1분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으로, 토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 2위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7조641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정 회장 취임 3년 만에 매출액 250조원·영업이익 20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쓰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성장은 고부가 가치 차종의 판매 확대와 적극적인 전동화 전환 전략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지난 2015년 정의선 당시 부회장 주도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지난 8월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고급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전동화 분야에서도 정 회장의 판단이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는 정 회장의 주문 아래 지난 2020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개발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5와 EV6·아이오닉6 등은 △세계 올해의 차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하며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미래 모빌리티로 달려가는 현대차그룹의 실험과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수석회장 시절 첫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제조업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속도를 내왔다.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로 꼽힌다. 올초 신년회에서도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 역량에 향후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성패가 달렸다"며 "기존 문화나 개발 방식에 의존하지 않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는 등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 회장의 구상 아래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8월 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처럼 단순히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업하는 수준에 그치치 않고,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별도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했다.
포티투닷이 주축이 돼 꾸려진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는 국내외 우수 IT 개발 인력과 기술을 총동원한 현대차그룹 내부 독립된 연구개발 조직으로 거듭났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문화와 환경을 조성해 과감한 혁신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의 지원으로 힘을 싣게 된 포티투닷은 그룹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를 완성하고 '전기차 글로벌 톱3'를 달성할 핵심 두뇌기지로서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 현대자동차는 6424억원, 기아는 4283억원 등 총 1조 707억원 규모의 포티투닷 주식을 3년에 걸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환경이 급변하고 SDV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지속성이고, 이는 결국 서비스와 안전"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판매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로 전환해 '이동의 자유'라는 궁극의 미션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