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수원 전세사기 사태의 주요 임대인인 정모씨 부부가 여러 부동산법인을 만들어 임대사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일부 법인의 자기자본 비율이 2%에 불과해 '무자본 갭투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씨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지난 2020년 5월 부동산 중개업 법인 A사를 설립한 뒤 대출금에 의존해 임대업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A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전체 자산총계 대비 자본금(이익잉여금 포함) 비율이 1.9%에 불과하고 부채비율은 98.1%에 달했다. 부채가 자본금의 50배로, 주요사업인 부동산 거래가 상당수 '빚'으로 이뤄진 것.
이 정도의 부채비율은 부동산 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신용평가 전문기관인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산업평균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자본의 4.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A사의 재무제표 이미지. 독자 제공 회사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한 대출로 임대업을 확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A사의 지난해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111%로 전년도(5678%) 대비 50배 이상 급감한 것은 물론, 동시에 유동성 장기차입금(약 46억 원)이 크게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이는 해당 법인 소유의 건물에 잡혀 있는 근저당에 따른 대출금과 관련한 유동비율 변동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피해자에 따르면, A사가 소유한 수원의 한 빌라 근저당이 21억 원으로, 2개 건물 담보 차입금 40여억 원이 지난해에서 올해 사이로 설정돼 곧 상환 시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문제는 A사가 대출금을 상환·연장하지 못할 경우 파산이나 담보물(건물) 경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잃는 피해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자금 흐름과 사업방식을 두고, 애초 계획적인 '무자본 갭투자'로 전세 피해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또한 무리한 대출 시도에도 어떻게 금융기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 정씨 부부 일가의 또 다른 법인들 자산·부채 비율은 어떤지 등에 대해 광범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회계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재무제표상의 내용을 보면 자기 돈도 없이 무리하게 투기를 벌인 '무자본 갭투자'로 보인다"며 "사기 혐의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의도성'의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사건에서 정씨 부부는 가족 명의 등으로 여러 법인을 세워 대규모 임대업을 벌였고, 아들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관련 임대차 계약을 중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지역 전세사기 고소장 접수는 계속 증가해, 전날 기준 고소인이 134명(피해 보증금 190억 원 추정)으로 집계됐다.
고소인들은 정씨 일가와 1억 원대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이들이 잠적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인 중 절반 이상은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지만, 정씨 등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발생한 데다 연락마저 끊겨 피해를 걱정해 경찰서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정씨 일가가 소유한 건물은 51개로, 이 중 3개는 경매가 예정됐고 2개는 압류에 들어간 상태다.
피해자들이 자체 집계한 결과로는 피해 예상 세대수는 671세대다. 예상 피해액(전세 보증금)이 확인된 세대는 394세대이며, 액수는 475억 원 상당이다. 세대당 예상 피해액이 1억 2천만 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전체 피해액은 81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