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대장동·위례 개발 특혜와 성남FC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판이 기소 약 7개월 만에 본격 시작됐다. 검찰이 이 대표의 공소사실을 2개 기일에 걸쳐 4시간 넘게 설명하자, 이 대표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33분 간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 등 사건의 두 번째 공판 기일에서
검찰은 왜 이익을 모두 환수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궤변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공산주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이날 2차 공판은 지난 3월 22일 기소된 이 대표의 실질적인 첫번째 재판이다. 수개월의 공판준비기일 이후 지난 6일 열린 1차 공판은 이 대표의 장기간 단식에 따른 건강 문제로 1시간 20분 만에 끝났다. 검찰은 당시 1시간가량 위례 신도시개발 특혜 의혹의 공소사실을 설명했고, 이날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 3시간 넘게 대장동 및 성남FC 관련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재판 휴정 직전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데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대대적으로 보도될 거 같다"며 반박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오후에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오후 재판에서 발언권을 얻은
이 대표는 약 33분 간 검찰의 공소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은 원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영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왜 공사가 하느냐, 민간과 경쟁하지 말라'라고 지시했다"라며 "결국 제가 취임하기 전에 LH는 대장동 개발을 포기하게 된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이렇게 돈이 많이 남는 대장동 사업을 LH가 포기한 것 자체가 중대 배임행위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정관청, 즉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이익을 모두 환수하지 못한 것이 배임이라고 주장하는 검찰 논리는 틀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행정관청은 영리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검찰 말에 따르면 '누룽지 긁듯이 딱딱 긁어서 이익을 다 회수해야 하는데 왜 못했느냐, 그러니 배임이다'라고 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다 그렇게 해버리면 사회주의 국가가 된다. 소위 말하는 공산주의"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속해 이 대표는
"행정관청이 개발을 허가하면서 공공영역 또는 자치단체, 공사가 이익을 환수할 것인지, 그중 얼마를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법에 정해진 의무가 아니다"라며 "저는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적 신념이어서 최대한 환수했다. 하지만 얼마까지 환수해야 한다고 (법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냥 민간개발을 허가했으면 얼마를 남겼든 아무 상관이 없는데, 공사를 만들어서 일부 환수하려고 했으니 그때부터 의무가 됐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라며
"딱딱 긁어서 저들이 저항할 수 없는, 그 단계까지 (이익을) 다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 검찰의 입장인 것 같은데 행정관청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제가 공산당인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표는 재판부를 향해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재판장님, 만약 대장동 개발 사업을 그들(투기세력)이 로비로 LH를 포기시켰던, 그 집단의 생각으로 제가 그냥 민간개발했으면 배임죄라고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에게 신흥동 1공단 공원화 비용, 서판교 터널 건설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은 시의 이익이 아니다'라고 밝힌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세상에 이런 궤변이 어디 있는가? 1공단을 매입해서 공원화하려면 시 예산이 든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
5503억 원을 환수한 것이 맞다.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을 성남시의 이익이 아니라고 검찰이 우기는 것은 시가 확보한 이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려는 것 같은데 과하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하게 비판한 이 대표는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이익과 관련해 '비율방식'이 아닌 '확정이익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서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고정액(확정이익)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낫다"라며 "행정은 안정성을 추구해야지, 벤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부동산 가격이나 경제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면 신이지 사람이겠는가? 사후에 와서 '땅값이 올랐는데 왜 예측해서 대비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면 당시 정책권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검사 공소 내용대로라면 제가 징역 50년은 받지 않겠는가?"라며
"저도 법률가이고, 정치가로서 이익을 챙긴 일은 없다. 대장동이든, 성남FC이든 제가 어떤 이익을 취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검찰이 수년간 뒤져봤다. 개인으로서 감내하기 어렵고, 고통스러운 짐을 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과 오후 재판에 걸쳐 3시간 넘게 이 대표의 대장동 및 성남FC 관련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최종결재권자로서 대장동 사업 관련 추가 이익 환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앞서 재판부는 대장동·위례 사건과 성남FC 사건 심리에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검찰이 최근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특혜와 위증교사 혐의로 잇따라 재판에 넘겼는데 같은 재판부에 배당된 만큼 심리 기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다만 이들 사건의 병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재판은 이 대표의 지각으로 15분가량 지연됐다. 당초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는 오전 10시 37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재판부는 "10분 정도 먼저 와서 재판 준비를 해달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0일 3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에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와는 별도로 27일에는 지난 대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한 공판에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