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사망자가 1명 이상인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2021년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공포된 지 1년 만이었다.
그러나 당시 50인 미만(건설업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안전 관리 전문 인력 확보와 관련 비용 문제 등에 어려움이 큰 만큼 2년의 준비 기간을 더 부여해 내년 1월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예 기간 동안 고용노동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불과 석 달여 앞두고 노동부가 추가 유예 방침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정식 장관이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정식 장관은 "고민 중"이라고 했지만, 그간의 정황을 살펴보면 정부는 추가 유예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를 운영 중인 현 정부는 일찌감치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활동 불안 요인' 중 하나로 규정했다.
연간 사고사망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 비중 무려 80% 넘어
지난해 7월 13일 TF 출범 회의에서 당시 기획재정부 방기선 제1차관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국회 통과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쳐 기업활동에 대한 불안과 애로가 증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추가 유예는 친기업 성향이 뚜렷한 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재계가 손발을 척척 맞춰 추진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5월 정부에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건의서' 등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시기를 2년 더 늦출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7일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시기를 2026년 1월 27일로 미루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장관이 지난달 26일 중소기업계와 간담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추가 유예 맞장구를 쳤고, 이달 국정감사에서 이정식 장관의 '고민 중' 발언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 온상이라는 사실이다.
당장 올해 들어 2분기까지 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사고 희생자 289명의 62%인 179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경우 연간 사고사망자 874명의 무려 81%인 707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다.
규모별 사고사망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 비중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81% 수준으로 동일했다.
노동계, 법 제정 주도 민주당 압박도…"추가 유예 시도 저지"
연합뉴스'산재 예방 역량이 부족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대부분이 발생했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사각지대로 두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법 적용 시기를 또다시 유예하려는 움직임에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연기는 중대재해처벌법 전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여당이 발의한 5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유예 법안 폐기를 위한 노동자·시민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50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상 각종 규제에서도 제외된 채 수십 년간 방치됐다"며 "내년부터 반드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유예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사안인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법 제정을 주도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의 힘으로 정부·여당 및 재계의 추가 유예 시도를 막으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