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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디지털?'…부산지하철 반쪽짜리 승차권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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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만 디지털?'…부산지하철 반쪽짜리 승차권 디지털 혁신

    부산교통공사 지난 4월부터 QR코드 일회용 승차권 도입
    인식 방식만 바뀌고 여전히 종이 승차권 형태 그대로
    한 번 사용 후 폐기…환승 혜택도 못 받아
    모바일 승차권은 '모바일 결제' 안 돼…실효성 떨어져

    부산도시철도 역사 개찰구에 설치된 QR코드 인식 기기. 정혜린 기자부산도시철도 역사 개찰구에 설치된 QR코드 인식 기기. 정혜린 기자
    부산교통공사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시철도 QR 승차권과 모바일 승차권을 도입했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디지털 교통환경'과는 동떨어진 시스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마그네틱(자석의 성질)에서 QR코드(정보무늬)로 바꿨지만 여전히 종이 승차권인데다 모바일 승차권은 정작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빠져 겉모습만 디지털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평일 오전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역사 내 승차권 자동발매기 앞에는 일본 등 해외 여행객들을 비롯해 아이를 동반한 부모가 일회용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개찰구에선 교통카드를 찍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사이에서 종이 승차권을 개찰구 위 QR코드 인식기에 가져다 대는 탑승객도 눈에 띄었다.
     
    신경재(80대·남)씨는 "최근에 승차권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생소해 자녀가 알려주고 검색도 해보면서 사용법을 익혔다"며 "이제 적응했지만, 주변 친구들 중에 빨리 습득 못하는 친구도 있어서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 거주하는 김모(60대·남)씨는 "일회용 승차권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아 방식이 바뀐 줄 몰랐다"면서 1년에 1번 정도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버스 환승도 해야 해 일회용 승차권보다는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승차권 발매기와 모바일 앱을 홍보하는 배너 모습. 정혜린 기자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승차권 발매기와 모바일 앱을 홍보하는 배너 모습. 정혜린 기자
    부산교통공사는 승객 편의를 높이고 변화하는 디지털 교통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마그네틱 승차권 대신 QR코드 기반 승차권을 도입했다. QR 승차권은 종이 승차권을 삽입하던 방식과 달리 승차권에 있는 QR코드를 인식시킨 뒤 탑승하는 방식이다.
     
    부산도시철도는 1985년 1호선 개통 이후 지금까지 마그네틱 종이 승차권을 사용해 왔지만, 시스템이 노후화하면서 잦은 손상으로 유지·관리가 어려워지자 38년 만에 방식을 바꾼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역사마다 새 발권기를 설치하는 등 승차권 방식 교체에 예산 157억 원을 들였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인식 방식만 마그네틱에서 QR코드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종이 승차권 형태는 그대로다.
     
    미래 디지털 교통환경에 선제 대응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일회용으로 한 번 사용 후 폐기해야 하고, 환승도 되지 않는 등 기존 마그네틱 승차권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타 지자체에서는 이미 2000년대에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토큰형 승차권이나 일회용 교통카드 형식을 도입해 전국에서 종이 승차권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일부 노선에 카드를 직접 대지 않아도 결제가 되는 '태그리스' 승차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부산교통공사가 지난 4월 도시철도에 도입한 QR코드 승차권을 사용하는 모습. 부산교통공사 제공부산교통공사가 지난 4월 도시철도에 도입한 QR코드 승차권을 사용하는 모습. 부산교통공사 제공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8월부터 전국 최초로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교통비를 미리 충전한 뒤 앱에 표시되는 QR코드를 인식시키는 모바일 승차권도 도입했다.
     
    도시철도 이용 편의를 위해 모바일 승차권을 개발했지만 정작 전용 앱에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수익성 문제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 입찰이 유찰돼 결제대행사가 선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교통공사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빼버렸고, 이 때문에 모바일 승차권을 이용하려면 직접 전용기기를 찾아가 현금으로 교통비를 충전해야 한다. 모바일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반쪽짜리 시스템인 셈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교통공사는 "다양한 승차권 방식을 다방면으로 검토한 끝에 나온 결과로, 앞으로 더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공사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처럼 일회용 교통카드나 토큰형도 사전에 검토했지만, 회수가 잘 안 되는 문제와 세척, 소독 등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QR코드 기반 승차권을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처럼 환승 등은 안 되는 일회용 승차권인 건 맞다. 모바일 승차권에 대해서도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없어 발생하는 불편 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현재 부산시와 동백전을 기반으로 한 동백패스와의 연계 등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점진적으로 다양한 결제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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